*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저자가 써 내려간 증언이자 회고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 그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며, 가해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피해자인 저자가 묘사하는 가해자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 더 끔찍하다. 트라우마가 남긴 기억이 이토록 선명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찢어지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저자는 1986년부터 91년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 전반적으로 흐릿한 다른 기억들과 달리 학대의 기억들은 선명하게 남았다. 저자는 장소와 세부 사항까지 “무서울 정도로 선명(p.186)하게 기억이 난다고 전한다. 성적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는 시간이 흐른다고 잊힐 수 없고, 피해자의 인격 형성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이 책을 읽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사고방식도 철저히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런 사고방식도 피해자가 지녀야 할 태도로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내가 역경을 딛고 회복하는 것 역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요소, 그가 저지른 일에서 그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요소”(p.258)라고 말하며,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p.259)라고 이야기한다. 트라우마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그의 글을 읽으며 외부의 시선에서 가타부타 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꼈다.그가 이 회고록을 쓰기까지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내가 이 책을 쓰고 싶지 않은 이유>에 충분히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저자는 이 책을 쓴 확신을 찾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