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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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만델 복지관의 노인 사교 클럽 구성원들의 좌충우돌 복지관 살리기 프로젝트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일흔을 넘긴 노인이지만, 그들은 무력하지 않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 히어로처럼 모든 일을 해결하는 대프니의 숨겨진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의 숨겨진 재미 포인트가 아닐까.

이들이 복지관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폭소가 터져 나와서 시종일관 즐겁게 읽었다. 오합지졸처럼 각자 따로 놀던 이들이 의기투합하게 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영상화하기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상으로 제작되어도 유쾌한 내용이라 좋을 것 같았다.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당장의 근심 걱정이 생각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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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신진화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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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 앰배서더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라는 점이 이끌려 선택한 책이다. 극지연구소에 대해 어렴풋이 알뿐이지 정확하게 무엇을 연구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저자를 통해 빙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빙하 연구 및 빙하 시추 과정을 알게 되었다. 빙하를 통해 지구를 진단하고, 과거 기후 환경을 분석하여 미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고 신기했다. 빙하를 연구하는 저자를 통해 듣는 기후 위기의 현주소는 조금 더 생생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빙하학자인 그에게 “조선왕조실록과도 같은 역사책이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P.127)"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비유가 너무 절묘하게 와닿았다. 기후 위기 상황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을 학자의 관점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핵실험을 하자 빙하가 우리에게 건넨 말>이라는 소제목의 내용이 뇌리에 남았는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지구를 오염시켰는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제목 <행복하지 않습니다>의 내용은 과학자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글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R&D 예산 삭감으로 신진 과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과학자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도 큰 소실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나 과학자가 쓴 글을 볼 때면,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저자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한 지구를 빗대어 인생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한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일 뿐(P.261)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연구하던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논문이 게재되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크게 낙담하지 않으려 한다. 매일 작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별거 아닌 해프닝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실패를 거듭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도 다시 올라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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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깊을수록 삶은 단순하다 - 세상에 실망할 때 나를 붙잡아 줄 선한 질문들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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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느린 행복을 얻는 방법을 선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다정한, 선한 삶이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전파하는 것 같달까.


나처럼 회의주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은 선뜻 타인을 향해 친절과 선의를 베푸는 일이 쉽지 않을 테지만, 한 번 정도는 선함을 실천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타인에게 선하려면 자신에게 선해야 한다(P.137)는 문장은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엄격한 인간이라, 자신을 선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늘 자신을 가혹하게 밀어붙이는 편이었고, 나를 다독이고 선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이 없었던 것 같아서 나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삶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편이라, 저자의 글이 온전하게 와닿지 않았지만, 선을 실천하는 삶의 가치가 다를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선의 평범성을 믿는 저자처럼 선한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하고 따듯하게 변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철학서 느낌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게 느껴져서 깊이 있는 철학책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하다. 하드하지 않은 철학서를 찾고 있는 사람, 가볍게 에세이처럼 접근할 수 있는 철학서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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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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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가 등단 30주년을 맞아 써 내려간 동화 작법서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온 저자가 자신의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동화라는 이야기 집을 짓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소재 선택 과정부터 서사 인물 선택, 시점 선택, 이야기의 유형, 서사의 구성, 복선의 설치, 첫 문장과 엔딩 등의 순서로 동화를 창작하는 기술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동화 창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을 어른과 어린이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의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되었기에 어린이와 어른은 이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곧 어린이일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을(P.19) 강조한다.

동화라고 하면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교훈적이어야 한다거나, 꼭 행복한 결말이어야 하고, 언급되지 않아야 하는 금기된 소재가 있다는 식의 편견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또한 하나의 편견일 뿐이며 동화에서 다루지 못할 소재란 없다고 한다. 다만,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문제(P.45)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동화에 대해 가졌던 나의 편견도 돌아보게 된다. 비교적 분량이 적고, 간결한 문장, 단순한 구성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어린이들이 읽는 문학으로 단정 짓고 서사 문학의 아래로 생각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화가 ‘서사 요소를 기반으로 구축된 세계’라는 작가의 말은 동화를 어린이가 읽는 책으로 한정 지어 온 자만한 어른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이뤄낸 사람에게 우리는 장인 정신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30년간 동화 작가로서 꾸준히 활동해 온 작가가 펴낸 책이기에 어쩌면, 본인만의 비법 일지이기도 한 이 책은 비단 동화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서사 문학의 집을 짓고자 하는 이에게도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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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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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무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영화 <마스크>의 자막을 소리 내 읽어주다가 열매는 성우가 되었다. 룸메이트인 수미에게 돈을 뜯기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직업의 위기를 맞은 열매는 설상가상 우울증 진단까지 받는다. 열매는 결국 수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완주 마을로 향하게 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책 속에 담긴 장면 장면이 아날로그 사진처럼 그려지는 것 같았달까. 무엇보다 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사의 말맛이 좋았는데, 가장 좋았던 건 할아버지와 열매의 사투리 대화였다. 흡사 이미 만들어진 드라마의 각본집을 보는 느낌이 이런 걸까? 김금희 작가의 역량은 어디까지인 걸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 삶은 다 자기만의 슬픔이 있다. 각자가 드러내지 않을 뿐. 이 소설 속 인물들도 그렇다. 그러나 작가는 구태여 슬픈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때로는 웃고 때론 울기도 하는 우리 삶처럼.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니 초록빛 여름을 열매와 함께 통과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따듯해서 좋았지만, 열매와 양미의 케미가 (어저귀와 열매의 케미보다 더) 너무 좋았다.
한 편의 청춘 드라마 같기도, 웰메이드 드라마 같기도 한 이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그리하여 열매가 보낸 완주 마을에서의 첫 여름을, 독자분들도 함께 완주하시기를 바란다. 기대한 만큼, 아니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던 소설. 오디오북으로 한 번 더 즐기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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