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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곁에 머물기 - 지구 끝에서 찾은 내일
신진화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평점 :
*독파 앰배서더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라는 점이 이끌려 선택한 책이다. 극지연구소에 대해 어렴풋이 알뿐이지 정확하게 무엇을 연구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저자를 통해 빙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빙하 연구 및 빙하 시추 과정을 알게 되었다. 빙하를 통해 지구를 진단하고, 과거 기후 환경을 분석하여 미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고 신기했다. 빙하를 연구하는 저자를 통해 듣는 기후 위기의 현주소는 조금 더 생생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빙하학자인 그에게 “조선왕조실록과도 같은 역사책이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P.127)"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비유가 너무 절묘하게 와닿았다. 기후 위기 상황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을 학자의 관점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핵실험을 하자 빙하가 우리에게 건넨 말>이라는 소제목의 내용이 뇌리에 남았는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지구를 오염시켰는가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제목 <행복하지 않습니다>의 내용은 과학자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글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R&D 예산 삭감으로 신진 과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과학자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도 큰 소실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나 과학자가 쓴 글을 볼 때면,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저자는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한 지구를 빗대어 인생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한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일 뿐(P.261)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연구하던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논문이 게재되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는 크게 낙담하지 않으려 한다. 매일 작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인생 전체로 보았을 때 별거 아닌 해프닝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실패를 거듭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도 다시 올라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