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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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의 작품 <유원>을 인상 깊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역시나 그의 글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약속이라는 믿음을 배반하는 주제들이 담긴 이번 소설집은 대체로 서늘하고, 찝찝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맹목적인 믿음에 생기는 균열을 그린 <사망 권세 이기셨네>와 사소한 거짓말이 불어나 믿음이 깨져버리는 순간을 담은 <회생>, 할머니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오천만 원을 자신이 놓쳐버린 가능성으로 치환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담은 <반의반의 반>속 인물들의 내면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묘하게 불쾌하면서도 싫지 않다고 해야 할까. 얄팍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과 손바닥 뒤집듯 전복되는 관계를 그려내는 저자의 글은 거침이 없다. 기만과 배신의 나열을 보며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상황에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의심의 순간에 놓여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 아닐까.

가장 좋았던 작품은 오래전에 읽은 <유원>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슬픔을 성실하게 감당하기로 했다는 이모의 발언을 보면서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좋았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었던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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