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증언 문학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은 화자 ‘오브’의 독백으로 문을 연다. 오브는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하지만 후두와 성대가 손상되어 목소리를 잃었고, 튜브를 통해 숨을 쉬어야만 한다.오브는 학살의 과거가 감춰진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떠났던 고향 마을을 찾아가게 된다. 내 아이에게만은 진실을 알려주고자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목소리를 잃은 오브는 소설 안에서는 소리를 내지 않지만, 안의 목소리로 태아에게 말을 건넨다. 이것은 알제리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막고 증언을 금지하고 있으니,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상흔을 역설적이게도 ‘미소’라 일컫는다.오브의 여행길에서 만난 아이사가 내전 피해자의 숫자와 사건이 일어난 날들을 모조리 꿰고 있지만, 그의 금지된 증언을 증명할 사람은 오직 오브 뿐이다. 피해를 본 사람 외에는 아무도 발언조차 하지 않으니, 이들의 증언이 더 귀할 수밖에 없다. 오브는 이 여정을 통해 만난 이들과 그들의 증언을 통해 살아갈 이유를 되새기게 된다.10년간 이어진 알제리 내전의 비극을 다룬 이 소설은 알제리 정부가 역사 왜곡을 이유로 금서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알제리 내전을 알 수 있었을까 싶다. 알지 못하던 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것,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