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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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만난 마누와 아시아는 모국이 아닌 곳에 정착했다. 소설은 아시아의 관점에서 이들의 삶을 그려낸다.

낯선 타국에서 정착한 아시아와 마누는 충분한 일상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끝없이 새로운 집을 찾아다닌다. 그 모습이 마치 겉돌 수밖에 없는 이방인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직업이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시아는 공원을 방문하는 불특정 다수를 인터뷰하며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간다. 공원이라는 공간이 내게는 마치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방인과 현지인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여행자처럼 느껴질 수 있는 열린 공간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시아가 현지인에게 특별해 보이지 않는 공원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었다.

모국을 떠나 정착하는 삶은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계속 새집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공허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원히 나에게는 낯선 공간일 수밖에 없고, 안락한 공간은 마치 이곳에는 없다는 듯이.
그러나 아시아는 결국 ‘겉보기엔 다양해 보여도 결국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라는 사실’(p.190)을 열려있는 공간인 공원에서 깨닫게 된다.

타국에서 사는 낯선 이들의 허전함을 섬세한 문장으로 다룬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인상적인 문장을 많이 만나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저자의 다른 소설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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