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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장교급 포로들의 수용소로 사용된 콜디츠성의 역사를 재구성한 책이다.
세계 대전 당시에 유대인 포로수용소와 콜디츠의 상황은 너무 달랐다. 콜디츠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여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콜디츠 외곽의 수용소에서 헝가리 유대인들이 노예 노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콜디츠의 포로들이 신사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극명한 대비를 이뤄서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달까.
이들은 포로여도 장교인 덕분에 봉급을 받을 권리가 있었고, 적십자사의 구호품을 받았으며, 신체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콜디츠의 극장에서 연극, 콘서트, 합창단 활동 등의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니 이들은 최소한의 복지는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탈출 시도는 꾸준히 이어진다. 성공적으로 스위스 국경까지 도착하는 포로가 있는가 하면, 중간에 발각되어 다시 콜디츠로 이송되는 경우도 많았다. 포로들의 탈출 방법이 진화할수록 독일군의 감시 체계도 강화되는데 그것이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보여서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포로는 인도인 장교 마줌다르였다. 그는 백인 포로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음에도 자신의 기개를 굽히지 않았다. 대영제국에 반대하면서도 전쟁이 선포되었을 때 영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섰던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여러 차례 정치적 제안이 들어왔지만, 그는 영국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다. 그의 꼿꼿한 기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콜디츠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 포로수용소는 익히 알고 있어도 콜디츠의 존재는 생경했으니까.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라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느껴졌고, 책 후면에 담긴 이들의 사진을 보니 인물의 입체감이 더 뚜렷해졌다.
탈출하려는 자와 감시하는 자, 이 팽팽한 창과 방패의 대결을 여러분도 만나보시길. 다른 전쟁 서사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