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인간 본성에 자리한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저자의 글은 여전히 서늘하다. 잔인한 묘사 하나 없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집이었다.이들의 일상은 평범한 듯 흘러가지만, 일상의 고요를 흔드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삶의 균열이 발생한다. 가해자 부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는 남자 ‘기명’의 이야기 <어른의 호의>, 한밤에 걸려 온 의문의 전화를 받고 과거의 삶을 복기하게 되는 장이수의 이야기 <이윽고 밤이 다시>가 대표적이었다.가장 섬뜩했던 이야기는 금니를 파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깊고 검은 구멍>, 도어락을 설치하는 유신의 이야기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세입자와의 갈등을 담은 <모든 고요>였다. 편혜영 작가만의 서스펜스를 가장 강렬하게 담은 글이 아니었나 싶다.이 서늘한 소설 속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면, 사회 초년생이었던 엄마의 과거를 담은 <신발이 마를 동안>, 전학을 다니느라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했던 승주와 유미의 만남을 그린 <아는 사람>이다.어른의 미래는 우리가 꿈꿔왔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상 밖의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저자는 그러한 어른의 삶을 가장 서늘한 모습으로 비춘다. ‘인생의 저울은 계속 행운 쪽으로만 기울지 않(p.64)는 법이며, ‘어떤 관계든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p.84)이라는 것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