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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흔여덟 살까지 사시에 입체맹이었던 수가 시력 훈련을 통해 입체시를 보게 되고, 3차원 감각을 획득한 과정을 올리버에게 편지로 전하면서 두 사람이 편지로 교류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입체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가 묘사하는 (입체시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납작한 세상을 미약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그의 묘사가 아니라면 납작한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기에 놀라웠다. 특히나 수가 눈송이 사이사이 공간을 볼 수 있게 된 부분을 묘사한 내용은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했달까.
그러나 수가 점차 입체시에 적응하고, 점점 입체시를 다양하게 느끼게 되었을 무렵, 올리버에게 안구 흑색종이 생기면서 올리버는 입체시를 점차 잃게 된다. 한 사람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고, 한 사람은 점점 기능을 잃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편지로 나누며 서로의 사례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한다.
올리버의 시력이 약화해 갈 무렵 그가 좋아하는 두족류 인형을 선물하는 수의 배려가 세심하게 느껴졌고, 그런 배려에 감동하는 올리버의 모습을 보는 게 훈훈했다. 그러나 이 서간문에는 두 신경과학자가 나눈 아름다운 우정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감각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그들의 지식도 담겨 있다. 이들의 연구 사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흐라의 청력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상세해서 놀랍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 덕분에 우리가 일상에 누리는 감각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내 우주에 있는 모든 별과 행성이 나란히 정렬하는 것 같은 때. 이날도 그런 순간이었다. (P.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