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왕
마자 멩기스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부모를 잃고 키다네의 집 하인으로 사는 히루트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히루트의 활약은 사실 굉장히 미미하다. 소설 초반 아버지가 물려준 소총(우지그라)을 키다네에게서 되찾기 위해 노력한 것치고 전쟁터에서 활약은 미미하다. 엑스트라와도 같은 이름 없는 이탈리아 병사 한 명 처리한 게 다니까. 총을 제대로 쏜 적이 있기나 한가 싶다. 오히려 소설 초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던 아스테르가 전사의 임무를 수행한다.


소설에서 가장 분노했던 지점은 이탈리아의 침략 이후 국민은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영국으로 도망간 황제의 모습을 보았을 때다. 그런데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불사하는 국민의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더욱더 화가 나는 것은 전쟁의 승리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복귀하는 황제의 모습을 봐야 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고단한 민족사를 보는 것만 같아서 정말 괴로웠다. (이래서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야 해. 안 그럼 정말 국민만 개고생)


추천사를 쓴 살만 루슈디는 이 소설을 서정적인 신화라고 표현했으나, 좋게 포장해서 서정적인 내용인 것이고, 전쟁 이야기를 다룬 소설치고 긴장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박진감 넘치는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던 건 사실이다. 여성들의 활약은 기대보다 떨어지고,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이 그리 많지 않아서 대체로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제목이 ‘그림자 왕’인 만큼 그림자 왕의 임무를 맡은 ‘미님’의 이야기에 비중을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