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시민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월 30일생>을 읽고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 찾아 읽게 된 소설이다.  평범한 여성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연쇄 살인 행각과 이 연쇄 살인이 폐쇄적 마을에서 하나의 '놀이'로 희화화되는 과정을 정밀하게 파고든 추리소설이라는 출판사 홍보문구에 이끌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살아가는 평범한 40대 가정 주부, 은주.  남편의 사업실패로 시댁에 들어가 살고 있다.  홀로 된 시아버지는 돈은 있으나 그걸로 자식들을 잡아두고, 권위적이고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불편한 몸을 은주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의 남편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도락을 찾고, 큰아들 기현은 나쁜 친구를 사귀면서 폭력적인 아이로 변모해간다.  낙후된 마을에서 큰 세집의 본관에서 사는 은주는 이런 모든 상황이 너무나 괴롭고 지겨워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던 일상에서, 어느날 밤 우연히 개천가에서 소변을 보던 남자의 등을 떠밀어 죽게 만든다.  이를 우연히 목격하게 된 창수에 의해 은주는 고발당하고 경찰의 조사를 받으나, 물증이 없어 일단 풀려나는 은주.  그러나 최형사는 그녀의 범행에 심중을 두며 계속 그녀 주변을 감시, 조사한다.

 

한편 창수는,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인 은주의 내면이 궁금해지고, 이를 파헤치기 위해 은주에게 접근한다.  우연한 기회에 목격자를 오인한 은주는 추가 범행을 저지르고, 아들과 친구들이 연루된 사건을 통해, 이 마을에는 연쇄살인범이 산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이를 마치 놀이처럼 유희처럼 즐기는 동네 아이들과 사람들.  먼 타지에서조차 이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있고, 사건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은주의 생활과, 살인이라는, 것도 연쇄살인이라는 엄청난 사건과의 극명한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18번째 작품.  이전 작품에서 짧게나마 통화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잭 리처와 수잔 터너가 만나게 된다.

 

110특수부대의 예전 부대장과 현재의 부대장인 두 사람.  정처없는 방랑자 리처는 예전 사건에서 짧은 통화를 하며 호감을 느꼈던 현 110특수부대장인 터너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착해 보니, 현재 그녀는 뇌물 수수 혐의로 영창에 갇힌 상태이고, 임시 부대장을 만나 경위를 묻고자 하나 즉석에서 군대 복귀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거기에, 자신에게 상해치사의 혐의가 씌어져 있음과 동시에, 기억도 안 나는 과거의 여인 사이에 딸아이가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된다.  결국 리처 또한 영창에 갇히게 되고, 자신과 터너에게 씌어진 누명을 벗기 위해 리처는 터너와 함께 탈출을 감행하게 되고, 헌병대와 FBI, 그리고 이 모든 혐의를 자신에게 씌운 베일 속 인물에게 쫓기며 긴 여정을 시작한다.  물론 리처의 기지와 완력에 힘입어 점차 진실은 윤곽을 드러내고, 리처와 터너는 리처의 딸이라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자신들을 쫓는 집단들과의 쫓고 쫓기는 여정 끝에 마침내 D.C.에서 이 모든 일의 배후인 자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촘촘히 짜여진 플롯 속에서, 일견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꽉 막힌 상황을 리처가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가 대단하다.  곳곳에서 빛나는 그의 기지와 전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며 또 설득력을 갖는다.  리처를 꼼짝도 못하게 옭아매어버린 초반 상황이 후반부에 조금은 쉽게 일사천리로 풀어져 버리는 감이 없진 않지만, 이 터무니없는 캐릭터와 플롯을 사실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건, 모두 리 차일드의 대단한 필력 덕분일 것이다.  처음 이 초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영웅화된 캐릭터를 접하고 느꼈던 어이없음은, 어느새 그의 두뇌와 근육을 당연시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히 천재적으로 느껴지는 리 차일드의 꼼꼼한 구성력이 가독성을 높인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잭 리처 시리즈였다.

 

문득, 제대 후 다시 군대소집이라는 악몽에 한동안 시달린다는 우리나라 남자들에겐, 제대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타의에 의한 갑작스런 복귀명령을 받은 리처의 상황이 더욱 더 무섭고 끔찍하게 다가왔을 듯 싶다.  타고난 군인인 리처에게도, 네버 고 백 이라지 않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평소 [클럽발코니]에 정기적으로 실리는 황지원의 칼럼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기에, 그가 펴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단순히 오페라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 뿐 만 아니라, 각 도시와 그 곳 사람들의 특색을 예리한 감성과 유려한 필치로 소개하는 저자이기에, 그러면서도 젠 체 하지 않고 간간이 드러나는 그의 소탈한 유머도, 저자의 글을 좋아하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이 책은, 각 도시의 대표적인 명작 오페라와 그 곳의 오페라하우스를 소개하고, 작품과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설명과 저자의 감상을 함께 곁들인다.  그런 설명을 통해, 조금은 더 오페라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가질 수 있고, 저자는 참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감수성과 예술에 대한 심미안이 뛰어난 사람,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강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유럽의 한 도시에서 오페라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 잔향마저도 오래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답고,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다운 작품이었다.  내게는 언제나 좋은 본격 미스터리의 장르에 충실한 작품. 

 

1945년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충격적 살인사건.  한 남자가 자신만의 은밀한 건물을 짓던 중에, 놀러온 아름다운 소녀를 영원히 간직하고자 살해하고 시체를 벽에 묻는다.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여자 아이의 시체가 거대한 녹나무 가지 위에 걸려져 있는게 발견되어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그리고 현재, 일본의 요코하마, 어둠비탈이라고 불리는 곳에 자리잡은 후지나미 저택 지붕에서 이 집안의 장남 스구루가 죽은 채 발견된다.  기묘한 것은,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지붕 위에 걸터앉은 채 죽어 있다는 것.  우연히 이 사건을 접한 미타라이와 그의 친구 이시오카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로 하고, 어둠비탈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거대한 녹나무 거목의 전설을 듣게 된다.  과거 많은 이의 피와 살을 양분으로 해서 이렇듯 거대한 나무로 자라난 녹나무가 '식인 나무'인 양, 나무를 둘러싼 기괴한 살인사건은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내며 사건을 오리무중에 빠트린다.  이러한 초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미타라이가 밝혀내는 진실과 트릭은 과연 무엇일까.

 

두툼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가독성 덕에, 금방 읽어나가게 되는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기괴한 분위기와 닭 모양의 장식, 기이한 음악 등 작품 곳곳에 배치된 이상한 장치들로 인해 사건의 본질을 쉽사리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결국 미타라이가 친절하게 이 끔찍한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주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본격 추리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코, 여신의 영원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의 경찰 조직 내에서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여형사의 얘기...인 줄 알고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이건 뭐 성애(性愛) 소설의 성격이 더 짙은 그런 작품이었다.  여주인공 무라카미 리코가 과거 당했던 범죄도 너무 어이가 없고, 그 이후 대처하는 그녀, 주변인물 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고, 어떻게 이런 작품이 요코미조 세이시 대상작이었는지가 납득이 안 가며, 이게 일본의 실체이고 수준인가 싶기도 했다.

 

남자에게 정을 주고 원하는 걸 해주고 끌려다니는 성향의 리코가, 자각(?)을 하고 새로운 여자, 성숙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는 게 고작 이런 건가 싶고, 이거야말로 남자들의 일그러진 환타지가 아닐까 싶은 게 참 별로인 작품이다.

 

간략한 줄거리는, 남자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테이프가 유출되고, 당시 피해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건을 수사하는 리코는 과거의 악연이 있었던 동료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 수사를 진행하며 어느새 범인을 간파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추리 면에서도 중반 쯤 범인이 눈채채어지고 대단할 게 없었는데, 작가는 그보다는 다른 데 더 신경을 쓰는 듯 하다.  제목부터도 이해가 안 되는, 뭔 말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