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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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여년 전 실종된 줄리아의 가족은 그녀의 실종 이후 무너진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아버지, 사건을 외면해버린 엄마, 남자와 마약 속으로 자신을 던진 둘째딸 리디아, 그리고 가족들의 외면 속에 자신 속으로 숨어버린 막내딸 클레어.  클레어는 백만장자인 건축가 폴과 결혼하여 부유하고 사랑받는 아내의 삶을 살아가고, 리디아는 한창 마약에 찌들었던 당시 폴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결과, 비록 팍팍한 살림살이에 시달리기는 하나, 디라는 10대 딸과 든든한 남자친구를 두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폴이 클레어가 보는 앞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당하고,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클레어에게 폴의 동업자인 에릭의 협박과 도둑의 침입, 갑작스러운 FBI 요원의 탐문, 경찰서장까지 나선 절도사건의 조사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이 혼란 속에서 클레어는 우연히 비밀의 문을 열게 된다.  남편의 컴퓨터 파일 속에서 발견한 끔찍한 영상들.  이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오랜 세월 연락을 끊고 살았던 언니 리디아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한다. 

 

계속해서 발견되는 폴의 비밀스러운 유품 속에서 점차 커지는 의혹과 의심들은 클레어 뿐만 아니라 리디아까지 집어 삼키게 되는데, 두 자매의 시선으로, 그리고 중간중간 삽입되는 아버지 샘의 시선으로, 사건을 그려내고 있다.

 

분량도 어마하고, 잔혹성의 수위도 꽤 높다.  서구 스릴러에서 잔혹한 묘사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점차 강해지고 좀 더 자극적으로 세지는데, 그렇게 해서만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닐텐데도, 이러한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의 묘사는 더해지는 것 같아 읽기가 좀 불편하다.  분량 면에서도 다소 불필요하고 반복되는 부분이 꽤 되는 것 같고, 오히려 좀 더 간결하게 곁가지를 쳐냈으면 좀 더 산뜻하고 몰입도가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독성은 좋은 편인, 괜찮은 페이지 터너였다.  다만, 아름다움은 숭배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문구가 어이없고 동의가 안 되는 건 분명하다.  아름다움을 그렇게 바라보는 변태적 인간들의 변태적인 이유일 뿐인데, 그걸 홍보 문구가 쓰는 건 좀 아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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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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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참혹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두 형제, 마이클과 줄리앙.  싸움에 능하고 강한 마이클과는 대조적으로 천성적으로 약하고 여린 줄리앙은 고아원 '아이언 하우스'에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그런 끔찍한 집단 괴롭힘 속에서 시달리던 어느날,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 줄리앙.  그런 줄리앙을 위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고 도망을 가는 마이클.  그날은 그들을 입양하려는 부유한 상원의원의 부인 아비게일이 고아원을 방문한 날이다.


이후 거친 거리의 삶을 살아가던 마이클은 전설적인 갱에게 거둬져서 그 역시 전설적인 킬러가 되고, 줄리앙은 상원의원에게 입양되어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작가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던 마이클은 엘레나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게 되고, 갱단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혀 쫓기는 신세가 되고, 줄리앙 역시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한 채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갱단을 피해 도망치던 마이클과 엘레나를 쫓던 갱단이 줄리앙을 해치겠다는 협박을 하고,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상원의원의 집으로 가게 되는 마이클, 그런 마이클을 떠나려는 엘레나, 시체가 발견된 상원의원의 저택, 정신을 잃어버린 줄리앙 등의 사건들로 이어진다.


초반부는 다소 촌스러운 감정과 익숙한 설정 등으로 마치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보는 듯해서 사실 도중에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참고 보다 보니 시체가 발견되는 중반부터는 추리의 요소가 들어가면서 다시 흥미로와졌고, 이들 두 형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지면서 재미를 더했다.  결국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그 속살을 드러냄에 따라 상처가 되고, 또한 위로가 되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분량이 상당한데, 조금 오글거리는 전반부를 미스터리한 요소와 함께 긴박하게 전개되는 후반부가 어느정도 상쇄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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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
가와사키 소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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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도쿄대를 나와서 국가고시를 통과해 엘리트 경찰 관료가 된 다나카 겐이치.  경찰청에서 근무하다 지방의 한 경찰서장으로 1년간 부임하게 된다.  그러나 엘리트 관료 출신은 현장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관행에 따라 조용히 임기를 채우다 갈 생각이었다.  소심하고 입신 양명의 욕심이나 경찰로서의 소명 따위도 없는 그는, 현장을 누비는 '들개'같은 형사들이 무섭고 싫었다.  그들과 눈도 못 맞추고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모든 수사와 업무를 일선 경찰에게 맡겨두고, 본인은, 프라 모델 열혈 마니아답게 임기 동안 조용히 프라 모델 제작에만 힘쓸 생각이었다. 

 

출근을 해서도 늘 집에 두고 온 프라 모델 생각에만 몰두하여 혼자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무심코 내뱉은 그의 혼잣말에, 해당 서의 경찰들은 이를 사건과 연계하여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기가 막히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된다.  프라 모델 얘기였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하는 경찰들은, 오직 사건에만 몰두한 채 다나카 서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해석하다 보니, 전혀 엉뚱하게도 그의 언행을 수사 지침으로만 받아들이고 거기서 힌트와 가르침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다나카의 의도와는 달리 점차 그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천재이자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나카가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대단한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며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결국 이 모든 것이 다나카 서장의 깊은 통찰에 의한 지침이라고 믿는 경찰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기대와 경외감도 높아지고, 계속해서 그가 어떤 암시과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실제로 천재들은 다나카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인 것 같다.  바보스러운 다나카의 언행을 어떻게 그렇게 절묘하게도 사건과 연결시켜 이해하고 전말을 이해해 내는지...  이렇듯 다나카의 무관심과 주위 경찰들의 비장함이 어우러지면서 더 엉뚱하고 유쾌한 재미를 자아내는 과정이 전혀 억지스럽지가 않은 데 작가의 비범함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진심 작가의 천재성을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기발하고 유쾌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평소 어두운 분위기의 호러 작품을 쓰는 작가로서는 이런 류의 작품은 처음이라는데, 진짜 그의 천재성은 이쪽 분야가 아닐까 싶다.  아주 재미있게 읽어나간 작품이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면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을텐데 싶고, 다행으로 속편이 준비중이라니 너무나 감사하다.  빨리 그때가 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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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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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실직 상태에 놓인 규동은 절박한 심정으로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 회사라는 곳에 면접을 보러간다.  그러나 도무지 의욕도 흥미도 없어 보이는 사장 이인선이 무심하게 던진 질문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 쉽게 돈 번 이야기, 바람난 이야기 중 하나를 골라서 해보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어떻게든 합격해야한다는 절박감에, 자신이 아는 이야기 중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이 '문제편.'


일제 시대, 옷감 공장을 운영하던 사업가가 과도한 업무량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에게 마약을 투여하고, 결국 약물 중독에 걸린 직원들과 함께 집단 자살의 광기에 사로잡힌 사장.  이들이 죽은 공장 건물은, 사장의 아들에 의해 폐쇄되었으나 이후 그 안에서 거꾸로 선 여자의 얼굴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갑작스레 합격 통보를 받은 규동은, 바로 다음날부터 사장 이인선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업무에 들어가게 된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평범한 규동에 대비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사장의 행태와, 문제의 현장에 출동하여 건물 안을 살피며 귀신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발견하고 경악하는 규동의 좌충우돌이 그려진다.  이것이 '풀이편.' 


이후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지고, 소문의 진상이 드러나는 '해답편'이 펼쳐지고, 미스터리가 풀리게 된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장르인가 싶었는데, 후반부에 명쾌한 논리와 해설로 장르 소설에 충실한 면모를 보이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트릭(?) 자체가 그다지 대단할 건 없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엉뚱발랄한 인물의 특이한 캐릭터, 전개되는 구조의 참신성 등이 이 작품을 빛나게 하고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는 독특함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웬지 시리즈로 나올 듯한 느낌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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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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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는 미 육군이 수여하는 훈장을 받는다, 어떤 위험한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한 덕에.  이 도입부를 보고, 이 작품이 시리즈 중에서 최근 작품은 아니구나 했다, 이미 리처는 육군을 제대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지 한참이므로.


훈장을 받자마자 갑작스레 '학교'라는 곳으로 가라는 명을 받고, 거기에서 역시 그와 같이 최근 성공적인 임무 수행 후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학교로 발령을 받은 FBI요원 워터맨과 CIA요원 화이트를 만난다.  이들은 뭔가 새롭고 비밀스러운 임무를 부여받았음을 직감하고, 이후로 국가안보위원회로부터 독일에서 스파이가 보내온 메시지, '그 미국인이 1억 달러를 요구합니다'의 내용이 뭔지를 비밀리에 찾아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다.


아무런 배경도 지식도 없는 채, 단지 이 메시지만 갖고 거래 당사자는 물론 거래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만 거래 물건의 가치를 봤을 때 세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이상이다.  세사람은 각자의 보좌관을 호출하고, 미국에서 데이터작업을 통해 실마리를 찾으려는 워터맨과 화이트를 두고, 리처는 니글리 상사와 함께 독일 현지로 가서 직접 부딪혀 보기로 한다.  이후 치열한 두뇌 싸움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용의자를 특정하고 거래 대상을 알아내는 리처의 활약이 펼쳐진다.


내용 상, 사실 리처가 직접 발로 뛰며 사건에 몸을 부딪히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계기가 많지 않다.  오히려 안락의자 탐정처럼 머리를 굴려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사건을 알아내야 하는 지적 활동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이 작품에서는.  그래선가 개인적으로는 리처 시리즈 특유의 매력이 조금 반감되는 느낌이라 아쉬운 감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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