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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
가와사키 소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그저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도쿄대를 나와서 국가고시를 통과해 엘리트 경찰 관료가 된 다나카 겐이치. 경찰청에서 근무하다 지방의 한
경찰서장으로 1년간 부임하게 된다. 그러나 엘리트 관료 출신은 현장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관행에 따라 조용히 임기를 채우다 갈
생각이었다. 소심하고 입신 양명의 욕심이나 경찰로서의 소명 따위도 없는 그는, 현장을 누비는 '들개'같은 형사들이 무섭고 싫었다. 그들과
눈도 못 맞추고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모든 수사와 업무를 일선 경찰에게 맡겨두고, 본인은, 프라 모델 열혈 마니아답게 임기 동안 조용히
프라 모델 제작에만 힘쓸 생각이었다.
출근을 해서도 늘 집에 두고 온 프라 모델 생각에만 몰두하여 혼자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다 무심코 내뱉은 그의 혼잣말에, 해당 서의
경찰들은 이를 사건과 연계하여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기가 막히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된다. 프라 모델 얘기였다는 걸 꿈에도 생각 못하는
경찰들은, 오직 사건에만 몰두한 채 다나카 서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해석하다 보니, 전혀 엉뚱하게도 그의 언행을 수사 지침으로만 받아들이고 거기서
힌트와 가르침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다나카의 의도와는 달리 점차 그는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천재이자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다나카가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대단한 의미와 해석을 부여하며 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결국 이 모든
것이 다나카 서장의 깊은 통찰에 의한 지침이라고 믿는 경찰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기대와 경외감도 높아지고, 계속해서 그가 어떤 암시과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실제로 천재들은 다나카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인 것 같다. 바보스러운 다나카의 언행을 어떻게
그렇게 절묘하게도 사건과 연결시켜 이해하고 전말을 이해해 내는지... 이렇듯 다나카의 무관심과 주위 경찰들의 비장함이 어우러지면서 더 엉뚱하고
유쾌한 재미를 자아내는 과정이 전혀 억지스럽지가 않은 데 작가의 비범함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진심 작가의 천재성을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기발하고 유쾌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다.
평소 어두운 분위기의 호러 작품을 쓰는 작가로서는 이런 류의 작품은 처음이라는데, 진짜 그의 천재성은 이쪽 분야가 아닐까 싶다. 아주
재미있게 읽어나간 작품이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면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을텐데 싶고, 다행으로 속편이 준비중이라니 너무나 감사하다. 빨리
그때가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