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손글씨 - 한글 펜글씨 교본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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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아주 예전 만년필을 잉크에 찍어 쓰던 그 시절... 그 세대는 아니지만 고모와 같이 한 방을 쓰면서 자란 나는 우리 고모가 그렇게 쓰던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신기해서 나도 몇번 흉내내 본 기억이 있다.

펜글씨 교본을 구입해서 글씨체 이쁘게 교정한다고 썼던 기억이 아련하다.

초등학교때 글씨 잘 쓴다는 얘기 곧잘 들어서 칠판에 선생님 대신 아침시간에 의자 밟고 올라가 분필로 자습할 내용을 썼던 기억도 있다. 예전에는 잘 썼는데, 지금은 그냥 내 편한대로 급한대로 날려 쓴다.

그래도 못쓰는 글씨는 아니다.

아들이 글씨를 정말 개발새발 쓴다. 'ㄹ', 'ㅂ', 'ㅁ' 은 뭐가 그리 급한지 순서 무시하고 날려쓴다. '우리말 손글씨' 책을 이용해서 아들과 함께 바르게 천천히 글씨 쓰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머리말에서도 얘기하지만 요즘은 손글씨 쓸일이 거의 없다. 내가 94학번인데 그때만 해도 리포트는 거의 워드작업으로 해서 냈고, 그 뒤로도 주욱 손으로 써서 제출하는 형식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것 같다. 그래서인가 요즘 손글씨를 연습하기 위해 손글씨 연습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 글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손에 힘을 기르기 위해 선긋기부터 시작하듯 선 따라 긋기, 그리기 부터 나온다. 우리 아들 여기서부터 좋아한다. 마치 유치원때 처음 연필 잡고 선 따라 그리기 했던것 처럼.

그리고 기본 정자체 연습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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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본 정자체 연습이 끝나고 나면 '가나다 ...' 순으로 순 우리말 쓰기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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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열심히 따라 썼다. 그런데 초등생에겐 어려운 따라 쓰기 였나 보다. 칸이 점점 작아져서 의도는 작은 글씨도 연습할 수 있도록 한듯 하다.


능갈치다 : 교묘하게 잘 둘러대다.

비설거지 : 비가 오려고 할때 비맞으면 안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일

시역 : 힘이 드는 일

첫밗 : 일이나 행동의 맨 처음 국면


마치 kbs 우리말 겨루기에나 나올 법한 순우리말들을 글씨쓰기 연습을 하면서 읽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몰랐던 아니 이 책이 아니었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우리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예전 고등학교 문학시간이었던가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 을 배웠던 기억이 따라쓰기를 하면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 새록 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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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이상화 님의 ' 비 갠 아침', 김소월 님의 '꿈으로 오는 한 사람', 백범 김구 님의 '편지 한장', 한용운 님의 '해당화' 등을 따라쓰기 하면서 좋은 글들을 다시 한번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정자체 연습 뿐 아니라 흘림체 연습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흘림체는 똑같이 따라쓰기 어색하긴 했는데, 마치 두꺼운 싸인펜으로 글을 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마찬가지로 흘림체를 '가나다...' 연습 한 후에는 우리 속담 따라쓰기와 김영랑 님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새해 인사말, 생일 축하 인사말 등과 같은 흘림체 연습도 할 수 있었다.

흘림체를 쓸때 똑 같이 따라 쓰다가 나중에는 나만의 개성있는 글씨도 만들어 봤다. 간만에 손에 힘이 들어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손글씨를 쓰다 보니 내가 평소에 날려 쓰는 글씨도 이왕이면 제대로 또박또박 잘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남학생인데 글씨를 정말 잘 쓰는 학생이 있었다. 글씨체를 보고 다시 한번 그 친구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차분할 것 같고, 꼼꼼할 것 같고, 뭘 맡겨도 잘 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한 대로 하든 못하든을 떠나 글씨는 그 사람의 첫인상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키는것은 맞는 듯 하다.

*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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