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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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이 '상상력 혁명'이라는 코드로 놀이와 예술의 세계를 들여다본 책. 예술 작품에 등장한 20가지 놀이를 소개하고, 이것이 어떻게 상상력으로 뻗어갈 수 있는지 살핀다.

근대가 이성의 이름으로 상상력을 배제하고 억압한 시기였다면, 상상이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현실이 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는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상상력이 잘 발현된 예술 작품 속의 놀이들을 통해 상상력의 원천을 보여준다.

본문은 20개의 놀이를 '우연과 필연', '숨바꼭질', '수수께끼' 등 7개 주제 아래에 나누어 싣고 이들 놀이의 미학적 의미를 살피는 식으로 전개된다. 가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고 세로로 읽어도 뜻이 통하는 아크로스티콘, 알파벳 철자의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 왜곡의 진리를 선물하는 아나몰포시스, 주사위, 체스, 카드 등의 게임 등이 다뤄진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책 자체가 하나의 놀이라는 것. 수록된 300여 컷의 그림을 읽고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크로스워드 퍼즐 같은 텍스트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지은이가 상상력 혁명으로 도래한 사유의 특징으로 꼽은 비선형성, 파편성, 중의성 등의 일곱 개의 키워드가 책의 형식과 내용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다.

언제부터 책꽂이에 꽂혀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조금 풍족했던 시절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어보려고 덥썩 사다 놓고는 몇 년 묵혀 놓은 듯 하다. 갑자기 이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 건 조금 '놀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냥 허송세월하면서 노는 거 말고 조금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놀이, 뭔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구석에 꽂혀 있던 책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던 것 같다.

진중권 교수님이 촛불을 든 진보 논객으로 이름을 높이게 되었지만 실은 미학자, 나의 고정관념에 따르자면 왠지 정치와는 거리가 먼, 고매한 아티스트일 것만 같은 직업을 가진 분이다. 하지만 취미로 경비행기 조종을 즐기고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려다 만 독특한 이력과 취향을 가지신 분이라는 점에서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하는 분이기도 하다. 그가 제시하는 놀이와 예술이란 무엇이며 또 그 둘을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또한 그 둘은 각각 노동과 어떤 관계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의 측면은 책장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가지 컬러가 칠해져 있다. 그 안에 주사위, 마술, 만화경, 미로, 종이접기, 체스, 그림자놀이 등등과 관련된 인문학적(?) 고찰들이 서로 그룹지어져 자리하고 있지만 사실 어떤 컬러부터 선택해서 읽는가는 순전히 관객의 몫이다. 나같이 고지식하고 취향이 없는 인간의 경우에는 그저 곧이곧대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갔지만 목차를 보고 땡기는 그 어떤 부분부터 읽더라도 이 책은 흥미롭다. 그리고 어느 부분부터 읽든지간에 어느 순간 애너그램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해 책을 수직으로 세워서 눈을 가늘게 뜬다든지, 옆으로 돌려보면서 전혀 다른 그림이 돌출하는 걸 보고 신기해 하거나 고전적 미로를 그리는 방법을 열심히 따라그리는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을 가지고 이리저리 뒤집어보며 쇼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듯.



미술관 접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최소연, 2003년 (책 328쪽)


책의 요점은 창의력을 지닌 인간이 되는 기쁨을 알려주려는 듯 하다. 기계와 인간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가설은 기술 발달에 의해 기계가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현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꼭 짜여진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는 인간들이 점점 기계화되어 가는 것 역시 경고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와 구별될 수 있는 유일한 기능은 바로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내게 꼭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살짝 더 나아가는 잉여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놀이이고 장난감이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예술작품이 되는 것일 게다. 지금 나의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계속 나아가다 보면 마지막에서는 허탈하게도 내가 유년시절에 가지고 놀았던 놀잇감들에 대한 기억들이 딸려 나온다. 지금 내게 필요한 호기심과 삶의 여유가 그 땐 넘치게 많았던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고 일상을 살짝 비틀어 본다면 우린 지금보다 훨씬 신나고 흥미진진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유년기로 돌아가는 일곱 가지 길을 독자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는 '노동'을 재치 있게 '놀이'로 바꿔놓은 톰 소여를 생각해보라. '노동'과 '놀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간을 정돈하는 '노동'도 이렇게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하긴, 노동이 유희가 되는 게 바로 카를 마르크스가 꿈꾸던 이상사회가 아니었던가. 그 사회로 가기 위해 꼭 혁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노동이 유희가 되는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다.
 
                                                                                                        -   책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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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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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반도>의 작가 김진명의 장편소설. 고대사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핵융합 발전의 획기적인 발전을 주도했던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는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귀국한다. 그는 대통령 초청만찬에서 공적을 치하 받지만 기쁨도 잠시, 며칠 후 친구의 충격적인 죽음을 접하게 된다.

경찰 수사에서 친구의 죽음은 자살로 판정되지만 정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정서는 사건을 파고들다 다른 친구인 한은원 교수까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은 한(韓)이라는 하나의 실마리로 연결되는데…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중학교 때 <가즈오의 나라>를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지속적으로 출판되는 그의 소설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내가 한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2~3권으로 구성된 그의 책은 촘촘했고 스릴있고 가슴 속 민족주의 유전자를 건드리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드라마틱한 그의 스토리텔링은 영화화되기 좋은 측면도 지니고 있어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한반도>가 영화화되었다. 하지만 책으로 읽으며 냉철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과, 시각화된 스펙터클이 직접적으로 민족주의와 주인의식을 주장할 때 드는 거부감은 조금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의 소설은 영화보다는 소설로 읽는 편이 독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좋은 구성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오랜만에 그의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됨과 동시에 Yes24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는 걸 알고는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당첨되어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만난 그는 꼬장꼬장한(내 스타일이다) 애국심과 원칙주의자적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아, 그건 아마도 '신념'이었던 것 같다. 작가로서의, 또 '한국인'으로서의 신념.

책은 아주 오랜 후에나 읽게 되었다. 아쉽게도 손에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재미와 속도감을 느끼기에는 힘든 면이 있었다. 우선 양장본 스타일에 엄청 큰 텍스트 크기가.. 마치 초등학교 때 보았던 <황금동전의 비밀>과 같은 동화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글씨가 큰 만큼 문장은 굵고 짧았으며 내면을 울리기 보다는 행위 묘사 중심이었으며 사실을 전달하는 르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나 깨달음보다는 '한'의 기원을 찾아가는데 쏟아부은 그의 열정과 호기심을 독자에게 전염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작가님에게서 직접 강연을 듣고 나서 책을 봐서인지 책의 내용이 잘 이해가 되고 와 닿았다. '대한민국'의 '한'의 기원에 대해 그토록 알려진 것이 없었다니.. 일제가 우리의 눈을 가리기 위해 왜곡한 역사교육의 폐해가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니..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 걸 보니, 김진명 소설을 읽는 재미가 역시 한국인의 어떤 심경을 자극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의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종의 추리극 혹은 스릴러의 틀을 빌려 쓰고 있는 이 소설은 장르적 특성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책은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뒷부분이 궁금해 미치겠는.. 뭐 그런 재미를 전달해 주지는 않았다. 그저 하나의 숨겨진 역사의 가설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기분이었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감흥은 그다지 없었다. 소설 속 가설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반만년의 역사가 곱절로 늘어나는 엄청난 전환을 맞이하겠지만 아직 학계 같은 부분이 잠잠한 것을 보니 그다지 센세이셔널한 주제는 아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때 작가님은 이 책을 반드시 사지 않아도 좋으니 많이 돌려 읽어 보라고 하셨다. 그건 김진명 작가가 추구하는 것이 소설가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한국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염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확고한 지론과 인생관을 가진 한 분의 어른으로서 김진명 작가를 존경하지만 이번 소설은 사실 아쉬운 감이 많이 든다.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씨성의 역사나 별자리와 조수를 기록했던 우리 조상의 지혜가 남긴 기록에 대한 사실들을 알게 된 건 역시 가장 큰 소득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시경>이나 <유한집>, <씨성본결>, <잠부론>, <삼국사기> 등과 같은 책에도 관심이 생긴다. (이런 주체 못할 관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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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 - 여행이 당신을 진정한 서른이 되게 한다
김병희 외 지음 / 명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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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이들에게 4인의 여행작가가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땅 28곳을 소개한다. 은빛 억새들이 가득한 '제주 산굼부리 억새밭', 아름다운 세월의 힘을 지닌 삼릉숲이 있는 '경주 남산', 인연을 만들어주는 마법의 섬 '통영 소매물도', 이십 대의 마지막 봄을 향기로 채우는 '광양 매화마을', 사랑의 감정을 안고 떠나는 '고창 학원농장' 등을 감수성 풍부한 글과 멋진 사진으로 담았다.

강렬한 묘사와 잔잔한 감성을 실은 글, 그림 같은 사진은 여행을 하지 않고도 그곳에 가 있는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불안함과 두려움 섞인 서른 즈음의 사랑, 이별, 일에 관한 에세이는 겁 없이 달려온 이십 대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지혜 등을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이 책은 내가 서른 먹고 나서야 나왔다. 변변찮게 여행 몇 번 못 해 보고 정신없이 이십대를 보낸 것 같은 기분에 만으로 마지노선을 넘기 전에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앞으로라도 조금 바지런하게 가보아야 할 곳이 어디어디인지.

책 제목은 나처럼 '서른'이라는 나이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특히 관심을 보일만하게 지어졌다. 어쩌면 생각보다 '나이'와 '여행'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낭여행도 가능하면 젊은 나이에 가보는 게 좋다 하고 여행은 사람을 자라게 하고 도시에서의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을 주기도 하니 그런 내공은 또래보다 풍부한 느낌을 내게 해 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볼 때 굳이 '서른'이라는 나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행은 그 어느 나이 대에 하더라도 그 시기에 맞는 감흥을 가져다 주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여행지들도 십대건 삼십대건 육십대건 누구든 찾아다니며 저마다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여행지의 컨셉은 '서른'이 아닐지라도 여행작가들의 감성은 확실히 '서른'을 겨냥하고 있었다. 이제 조금씩 인생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나이. 불안함보다는 용기를 내는 지혜를 갖게 되는 나이인 서른에게 여행이란 그 누구에게보다도 필요한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새삼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






홀로 외로운 스물아홉의 어느 봄날,
천지에 가득한 매화향기에 이끌려 섬진강을 찾는다.
겨울을 깨치고 피어난 매화의 자태는
움츠린 나의 마음을 열어놓는다.
폐부 깊숙이 차오르는 그 순결한 향기를 호흡하며,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존재가 되리라.
건조한 삶에 봄날 향기를 채우고 싶다면
매화마을로 떠나라.

- 이십 대의 마지막 봄엔 향기가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 (김정화) -
 


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행'처럼 느껴졌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분위기를 묘사하는 글은 물론이거니와 폴라로이드를 스크랩해 놓은 듯한 사진첩 분위기, 혹은 한 페이지 전체의 배경이 되는 억새밭과 같은 사진 연출 또한 나의 책읽기 자체를 여행으로 만들어 주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일러스트 캐릭터의 뒷모습은 마치 여행을 떠나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게 될 나의 뒷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무심코 쉽고 편한 것들을 좇는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의 요령이라 여기면서.
하지만 삶은 오묘하게도
돌아가는 듯 더디게 밟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살찌운다.
수고스러움이 있는 곳에
훗날 추억이 될 잔잔한 이야기가 있다.
가끔은 조금 더디더라도 고개를 들어 눈빛을 나누자.
우리는 너무 쉬운 것들에 길들여져 있다.

- 때론 수고스러움을 사랑해 '완주 대둔산' 김정화 -


책에 소개된 28곳의 여행지 중 내가 몇 곳이나 가 보았나 세어보니 광양 매화마을과 파주 임직각 평화누리공원 단 두 곳 뿐이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숱한 여행지들에 몇 년,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언젠간 모두 가보리라 하는 목표를 세워 본다. 목적이 아닌 이러한 목표들이 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서른이 아니어도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이니.

서른이 되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0곳이 아니라 그보다 둘이 부족한 28곳이다. 비어있는 그 '둘'과 같은 이미지는 우리의 감성으로 채워넣을 여백과 같은 느낌을 준다. 책 속 글씨 역시 큼직하게 잘 읽혀지도록 되어 있고 줄간에서는 마치 바람이 불어나오는 듯 여유롭다.





28곳의 개성넘치는 여행지 말고도 비슷한 컨셉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4군데씩 더 소개되어 있다. 주변 여행지와 자세한 교통편, 먹거리 등과 함께. 따지고 보면 28곳보다 훨씬 많은 '가 볼 곳'이 제시되어 있는 셈이다. 모두 주말에 시간을 내어 다녀올 수 있을 만한 곳들이다. 이 책 속 여행지 모두 가 보기, 현실성있는 목표로 삼기에 딱 좋은 듯 하다.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부쩍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왁자함에서 벗어나 혼자 즐기는 여백의 맛이 좋다.
혼자 걷기는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목적이라는 부담 없이 그렇게 걷다보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와 소통하는 것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그러니 가슴으로 숨을 쉬며 가끔은 혼자 걸어라.

- 나에게 혼자 걷기를 선물하라 '담양 금성산성' 김병희, 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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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나 - 모든 중요한 일은 만나야 이루어진다
수잔 로앤 지음, 김무겸 옮김 / 지식노마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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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일은 만나야 이뤄진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진수!

상대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한 대화에서 어떻게 신뢰를 쌓고 인간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방법을 알려준다. '커뮤니케이션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은 전문가다운 통찰로 대면접촉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원칙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처법, 주의사항까지 실용적인 통찰을 담아 소개한다.

아울러 상황별로 일대일 대화, 컨퍼런스나 파티 같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 전화통화, 식사 접대는 물론 조직 사회에서 늘 있는 자판기 앞에서의 담소나 가십, 뒷담화 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그 의미와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온라인 및 각종 첨단 기기들을 다루는데 능숙한 비즈니스 패턴에 대한 격려와 함께, 이를 오프라인 즉 '대면접촉'의 순간에서도 반드시 함께 가지고 가야하는 이유를 말한다.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른다면 누구보다 상대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여 당신이 원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계를 사용하여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이 없이도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요즘과 같은 테크놀로지의 시대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갈수록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계의 힘을 빌어 이루어지게 되고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굳이 직접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 바쁜데...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게 사실이다. 만나는 것보다는 전화로, 전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로, 문자 메시지 보다는 이메일을 사용하게 되고 필요하다면 사진을 첨부하고. 그 정도면 뭐 충분하지 않은가, 서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에 접속할 수 있으니.

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 이상의 교감을 나누고 싶다면 우리는 반드시 서로 만나서 눈을 마주보거나, 그 사람의 얼굴의 표정을 보거나 제스처를 보며 그 사람의 기분을 함께 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기계나 동물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정체성이 규정되는 사회적 유기체니까. 편리함이 인간성을 대신하면 안된다는 사실, 사실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해 버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일단 만나기'를 실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 과제가 된다.

내가 책에서 얻고 싶었던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왜 디지털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이자 성찰, 더 나아간다면 어떻게 '잘'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였던 것 같다. 상대방에게 나를 꼭 만나야 하는 사람으로 위치지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과 같은 것? 하지만 이 책에서 정작 주력하고 있는 정보는 그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바로 '말을 잘 하는 법'에 치우쳐져 있는 느낌이다. 거창한 주제에 앞서 '스몰 토크'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법, 적재적소에 알맞은 화제를 꺼내는 법, 대화를 마무리하는 법 등.. 스피치 학원이나 대인관계 클리닉에서 조언해 줄만한 여러 가지 노하우들. 읽어보면 도움은 되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예의범절, 매너, 그리고 센스에 대한 이야기들.

사실 사람 간의 만남이 중요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기계를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확장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 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데에 있어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건지에 대한 조언과 사례들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본질적이라기보단 좀더 말 잘하는 법, 대화를 이끄는 법 등에 대한 테크닉적 측면에 대한 매뉴얼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대화법'에 대한 강의를 경제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충분하지만 이것은 '만나는 방법'이 아닌 '만난 이후의 처세술'을 강조함으로써 '만남'의 의미 자체를 부각하는 데에는 다소 부족ㅎ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분명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려운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고 실천하는 방법은 사실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확인해 주는 데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 용기를 낸 다음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지만 정작 용기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배우기란 역시 무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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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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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중 그 어느 시대보다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스타에 대한 관심은 드높은 것 같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높은 아이돌 가수들을 중심으로 어리고 예쁘고 섹시한 스타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은 가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인터넷으로 스타들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들은 삽시간에 퍼지고 구설수에 오른다. 그들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지 모른다는 중압감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스타라는 말은 열정적이고 풍부한 감성, 매력, 카리스마, 호화로운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음악이나 영화, 쇼 비즈니스 분야의 유명인사들의 전기나 생활을 다룬 글에는 섹스 스캔들, 약물 중독, 낭비벽, 극단적 행동양식, 폭력, 우울증 등에 대한 언급이 심심찮게 나온다.


스타는 일반인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들을 스타로 살도록 하는 재능의 바로 뒷면에는 그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성격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스타들의 매력과 비례하는 비범함, 주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부분들을 지적하고 그 원인에 대해 밝혀보고자 하는 시도로 저술되었다.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유명한 스타들, 예를 들어 영국의 펑크락밴드 멤버였던 시드 비셔스, 독일 영화배우  클라우스 킨스키, 재니스 조플린, 엘비스 프레슬리, 빌리 홀리데이 등 꽤 많은 셀레브리티들의 성격장애 증상을 나열하고 그 원인을 찾고자 시행되었던 각종 실험 결과들을 함께 밝혀내고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심리적 질환은 대개 일시적인 반면, 성격장애는 일생 동안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가정불화, 성폭력에 대한 기억,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원인들 중 성격장애의 원인으로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간이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현상에 부딪힐 때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파괴적 행위로 나타난다. 또한 대부분의 성격장애는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한다는 측면에서 위험하기도 하다.

책을 통해 접하는 스타들의 성격장애는 분명 그들의 유명세와 더불어 왠지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읽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하더라도 스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참기 힘든 번뇌와 고민들 때문에 괴로워 하다가 우리의 곁을 떠나간 많은 스타들의 예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분명 스타들의 무대밖 이야기, 추저분한 사생활 등에 대한 스캔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고통받고 피해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에게 어떠한 사회적 조치와 관심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스타들의 예를 동원한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해 보이는 스타들. 좌부터 클라우스 킨스키,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사실 인간의 본성을 치료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단순한 약물이나 운동 등으로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이 병은 단순한 신체적 장애 그 이상으로 두렵고 슬픈 '장애'다. 이것은 개인의 '장애'가 아니라 어찌 보면 사람을 정신적으로 병들게 하는 사회의 전반적 구조의 '장애'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성격장애의 수많은 요소들 중 보통 사람들도 조금씩은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할 듯 하다. 

작가는 타인과 자신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의 절제력이 보완된다면 약간의 광끼는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화하는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작가의 희망대로 광끼가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성격'장애'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 되는 것 아닐까. 어찌됐든 이 책을 통해 스타들의 애환과 외로움, 주변 환경의 중요함 등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유명하고 부유한 스타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심신으로 스스로 만족하며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 아닐까. 작가가 그렇다고 말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잠깐 해보며.. ㅎ

* 주의: 재미+전문적 내용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책의 부제처럼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가 충실하게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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