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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신호 ㅣ 단비어린이 문학
김명선 지음 / 단비어린이 / 2020년 1월
평점 :
(담벼락 신호)
김명선 글.그림/ 단비어린이
이 책은 작가가 10년 전부터 모은 이야기로 가족, 이웃, 친구, 물건에 대한 사랑을 쓴 다섯 편의 이야기이다. 책표지를 보면 담벼락에 암호가 낙서되어있고, 과장된 몸매의 할머니께서 아이의 뒷 목덜미를 잡고있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느껴져 내용이 더 궁금했다.
(담벼락 신호)
괴상한 낙서들이 가득한 담벼락을 힘들게 지운 기범이는 지워도 다시 생기는 낙서의 범인이 아픈 아들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신호임을 알게된다.
"부모는 그런 거야. 자식을 위해서라면".(p17)
아들이 쓰던 글씨를 연습해서 아들에게 편지를 쓴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빠와 함께 화살표를 그리는 기범이의 모습에 먹먹해졌다.
(전기밥솥의 장례식)
제목부터 상상이 기발한 두 번째 이야기.
밥솥의 남자 친구가 주걱이고, 고장난 밥솥을 위해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울어주는 설정이 너무 재미있다.
"난 기쁘면 몸이 뜨거워지고 슬프면 차가워지는 거."(p38) 밥솥의 문장이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껴졌다. 버려질줄 알고 장례식까지 미리 한 밥솥은 밥솥을 새로 사지 않고 고쳐쓰려는 봄이와 봄이 엄마를 통해 서운한 마음을 잊게 되었다. 무조건 새것만 고집하지말고 아나바다로 다시 한번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을 의인화해서 주인이 없을 때 그들의 행동은 어떨지 생각해봤었는데 사물을 의인화해볼 생각은 못해었다. 사물을 장례식까지 해주는 설정은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다.
(해적 강철)
갑자기 부모님과 헤어져 섬에 사시는 할아버지댁으로 온 성호와 은호.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해적이야기로 은호는 탐정 수첩을 만들고, 옆집 할머니에게서 비밀쪽지도 얻게 된다. 해적은... 강,철,은, 빨,간 ,대,문,에 ,산,다,(p82) 강철의 정체를 알게 된 성호와 은호의 섬 생활이 더는 지루하지않을 것 같아 안심이 되고, 빨리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침묵 게임)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똥 스티커를 붙이는 게임을 한다. 하나 둘씩 똥스티커가 얼굴에 붙게되고...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말문을 닫아버린 동우도 결국 소리내어 울게되고 반 전체 아이들 모두 스티커가 붙게 된다.
"하루 종일 스티커 때문에 힘들었잖아. 빨리 떼어 버려".
"난 다른 때보다 좋았어. 너희랑 똑같아서".(p101)
동우를 배려한 선생님, 그냥 우리와 똑같고 불쌍하지 않다고 말한 나. 동정과 연민의 눈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준다면 동우도 결국 마음을 열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라, 왕번개)
자전거를 사달라는 시우에게 엄마는 옆집아줌마의 낡은 자전거를 선물하고, 일년뒤에 새 것으로 사준다고 한다. "일년 뒤엔 꼭 사 줘." 이 부분에서 나의 어린 시절과 겹쳐져 먹먹했다. 낡았지만 정성껏 닦아 시우는 자전거를 타지만 친구들의 놀림에 문밖에 버리게되고, 결국 돈을 주고 다시 힘들게 사오게된다. 할머니와의 추억과 가족의 추억으로 팔지 못했던 차를 폐차하게 된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시우의 마음도 알게되었던 왕번개 자전거.
추억은 소중하고 값지고 아름답다. 무조건 새것만 좋은 것은 아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사물에게도 의미를 부여하고 새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의도를 알게되었고, 가족의 소중함,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알게된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로 새해가 밝고 따뜻하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