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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화 작가다
임지형 지음 / 문학세상 / 2021년 4월
평점 :
스무 권의 책을 출간한 유리안 작가는 동화 작가지만 아이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방송국 PD가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동안 생활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제안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윤미, 만화가를 꿈꾸는 정민이, 네일아트사를 꿈꾸는 세나, 동화작가가 꿈인 하영이, 유리안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좋아하게 되었다는 태현이까지.
"아까 집에서 상상했던 나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p46)
유리안 작가는 아이들에게 맛이 없지만 직접 만든 스파게티를 해주기도 하고, 생일파티를 찍자는 제의에 아이들과 함께 생일케이크를 만들어 축하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방송의 위력은 대단해서 방송을 본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거대 출판사의 원고 청탁, 잘 안팔렸던 동화의 재인쇄, 1박 2일의 후속 방송까지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또다시 수락하고 만다.
"난 탈출에 실패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는 빠삐용 같은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p113)
1박2일의 무인도 여행은 태풍의 영향으로 바다에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도착지가 계곡 산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방송국 스텝들은 거센 비로 산장에 올 수 없었고, 유리안 작가가 아프게 되어 아이들이 밤새 간호를 해주고, 아이들끼리 놀다가 태현이가 다치게 된다. 함께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 엉겅퀴를 힘들게 캐와서 태현이를 치료해주고, 뒤늦게 도착한 방송국 스텝들은 하루 더 방송을 찍자고 말한다.
유리안 작가는 인생동화를 찍게 해달라는 대답으로 하루 더 머물기에 동의하고, " 아이들이 외계인처럼 종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건 내 편견이었다."
"순간 마음 안에 전등불 하나가 켜진 듯 환해졌다. 아이들 모습이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왔다"
"흐르는 물 같구나."(p163)
이 책은 아이들을 끔찍이 싫어했던 유리안 작가가 아이들의 마음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마지막 결론까지 빠른 전개와 쉬운 문장으로 동화작가의 유쾌한 글들이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개성 강한 다섯명의 아이들과 글이 써지지않아 고통받는 유리안 작가가 리얼 다큐를 찍으며 아이들에 대한 생각도 변하고 인생 동화를 찍겠다고 말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우울한 시기에 가볍게 읽으며 우울을 걷어내기에 알맞은 소설집이라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소설책을 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