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두 번째 원고
함윤이 외 지음 / 사계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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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는 2022 신춘 문예에 입상한 등단 작가 5명이 만든 앤솔로지이다. 각기 다른 단편 5개가 엮여있는데, 다 읽고 난 뒤의 첫 감상은 오랜만에 정말 재밌는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실제적으로는 작가들의 두 번째 원고가 아니겠지만 입상 이후, 다시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는 단편작인 점에서 '두 번째 원고'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첫 단편은 함윤이 작가의 규칙의 세계인데, 규칙과 미신 등이 나온다. 우리가 평소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런 미신들이다. 문지방, 문턱을 밟으면 그 집안의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의 목을 밟는 것과 같다고 좋지 않다는 미신부터 시작해서 밤에는 산을 오르면 안 된다, 가구나 거울 등은 밖에서 함부로 주워오면 안 된다, 밤에 휘파람을 부르면 뱀이 나온다든가 그런 미신들이 차례로 다뤄진다. 재밌는 건 다루는 미신이나 규칙들이 전부 한국의 미신들인데 이 미신과 규칙을 끙끙 신경 쓰는 것은 각개각국의 룸메이트들이라는 것이다. 규칙과 미신을 어겨 낭패를 보기도 하고, 역으로 이용하기도 하는 '규칙의 세계'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첫 단편을 재미있게 읽으니 다음 단편들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릴러를 참 좋아하는 내게는 제목부터 강하게 끌렸던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 임현석 작가의 작품이다. 이 단편은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다. 받는 이인 '교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하소연하며 시작되는 이 내용은 한편의 편지이기도 하고, 협박문이기도 하며, 일종의 고백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짤막하게 이렇게만 적어 본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구구절절 하소연하며, 자신의 스승인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차분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느정도 결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결말에는 처음과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과연 현대문학 강의는 말 그대로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될까?

세 번째 단편은 유주현 작가의 꿈과 광기의 왕국이다. 첫 도입부부터 너무 나를 사로잡았다. 언덕 위의 그 불길한 집을 향해,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처벅처벅 걷는 그 도입부부터가 너무. 그 집에서는 집과 관련된 괴담이 으레 그렇듯 사람이 계속 죽어나간다. 처음에는 집을 지은 집주인이, 그 다음에 들어온 집주인은 목을 매달고, 세 번째의 신혼부부도 끔찍한 결말을 맞고..... 그리고 네 번째 입주자가 생겼으니 마을 반장 격인 화자의 고민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렇게 그 집으로 향하는데 거기에는 상상 이상의 괴인(?)이 살고 있는 것이다. 20대의 젊은 여자. 혼자서 그 집에 살겠다고 들어왔고, 그 집에 앞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었는데도 '오히려 좋아'라며 입주를 택했다는 그 20대의 젊은 여자는... 단언컨대 내가 이 날 이때껏 읽어온 한국 소설 중에 단연코 괴이하고 입이 쩍 벌어지게 놀라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당황으로 시작한 이 여자와의 만남은 사람들 앞에서 단 한번의 기 눌림도 없던 (당연함. 마을 반장 격임.) 화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급기야는 궁지에 몰린 쥐처럼 몰아세우고 그곳에서 도망치게끔 만든다. 처음에는 그냥 오버스러운 캐릭터인가 싶었지만 마지막에 화자 앞에서 칼을 들고 보였던 몸짓에는 내가 다 기가 질려서 차라리 화자가 그 집에서 한시바삐 삐질삐질 도망쳐 나오길 원할 정도였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에 그 집에서 나온 화자가 다른 인물과 나누는 대화가 정말 압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번째 단편, 박민경 작가의 긴 하루는 최근 SF만 읽기 바빠 잠시 잊고 있었던 한국 소설의 어떤 향수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이 짧은 단편에서조차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다니. 단편은 무조건 짧고 굵은 재미로 읽는 게 아니겠냐는 내 편협함을 깨주었다. 읽으면서 나는 중년의 화자에 이입하여, 아버지에게 전부나 다름 없는 차를 달라고, 그거 가지고 책이나 여기저기 팔러 다니며 여행이나 다니겠다는 소릴 하는 아들을 참 갑갑하게 바라보았다. 요즘 MZ세대이다, 젊은 90년대 생들이 온다는 얘기가 참 많은데 나는 MZ가 아닌가? 하지만 친구랑 얘기해도 다들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다지 파격적이거나 '답도 없는 철딱서니 어른이'는 아닌데. 집시처럼 사는 게 희망이면 모르겠지만 책을 읽지 않는 세상에서 무슨 책을 팔러 다니겠다는 건지. 심지어 책을 읽는 나조차도 책은 동네 서점 아니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매하는 게 다이거늘. (가끔 당근!) 낡은 스타렉스에 책을 싣고 여행이나 다니겠다는 말이 하도 갑갑해서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코로나19 이후에 차박이니 카 캠핑이니 그런 게 늘었다는 것도 알지만. 돈은 어디서 계속 나오고? 책이 정말 생활할 만큼 팔릴까? 차도 당장 없어서 낡아빠진 아버지 차 달라고 하는 신세에? 내가 화자인 듯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결국 결말도 예상한 대로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무엇보다도 화자는 노인 혐오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늙으면 면허증 뺏어버려야지. 고령 운전자가 차 사고를 내면 으레 그런 댓글들이 뉴스며, 커뮤니티 댓글란에 차곡히 쌓인다. 나 역시 그런 뉴스들을 자주 접하며 고령은 정말 금방 뭐 하나 깜빡하기 쉬운 나이고, 다리에 힘도 잘 안 들어가는 나이 아니겠냐며 그런 댓글에 쉽게 동의했던 기억이 있다. 다들 알아서들 반납 좀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하지만 모든 노인이 알츠하이머를 앓는 게 아닌 것처럼, 모든 노인이 운전에 다 미숙해지고 사고를 일으키는 게 아닌데. 요즘은 몇 개의 큰 사건들로 전체를 일반화한다. 비단 이런 주제 뿐만이 아니라도 말이다. 하나, 둘 더해지는 일에 말도 하나, 둘 얹히면 그렇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언젠가는 노인이 될 텐데, 별 문제 없이 살고 있어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타인으로부터 쉽게 무언가를 포기하라거나 으레 못하겠지, 힘들겠지 지레 짐작을 받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젊은 지금은 노인들에게 그런 지레 짐작을 하지 않는 젊은이가 되어야겠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단편이었다.

다섯 번째 단편은 태엽은 김기태 작가의 12와 2분의 1바퀴인데, 난해한 제목을 보고 사실 지레 겁을 먹었더랬다. (숫자와 안 친하다.) 근데 정말 태엽은 12와 2분의 1바퀴... 문장 그 자체였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 화자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의 한 곳을 장식한 오래된 괘종시계의 태엽 얘기다. 세월을 먹으며 느슨해졌는지, 12바퀴쯤 돌리면 태엽이 끝까지 감기던 시계가 지금 돌려보면 12바퀴하고도 반을 더 돌려야 끝까지 감기는 것이다.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 여관부터 게스트 하우스까지 운영하던 화자와 예전, 여관이던 시절에 묵었다는 손님이 세월이 흘러 다시 묵으러 온 큼지막한 이야기 사이에 세월에 관한 화자의 이야기가 촘촘히 담겨있다. 딸에 대한 애정이 그중 가장 돋보였고. (화자 같은 아버지를 두다니, 화자의 딸이 부러웠다.) 본편의 이야기와는 달리 도입부를 장식한 콤비의 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다. 보자마자 한참 웃었고 친구에게 이 책 너무 웃기다고 보여주기까지 했다. 통감자! 하고 외치던 부분부터 시작해서 차 위에 통감자를 두고 탔다고, 아직도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정말 많이 웃었다. 휴게소 가고 싶다. 짭조름하게 졸인 알감자 맛있는데.........

서평과는 다른 얘기지만 사계절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그믐'이라는 컨텐츠가 너무 좋았다. 내가 재밌게 본 작품의 작가와 직접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모두 사계절 출판사에게 박수를....!! 너무 귀하고 좋은 컨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소심하게 가서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너무 잘 읽었어요... 항상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주절주절 덕심으로 떠들고 와도 너무 좋고..... 다들 그믐 해보세요...!

*이 서평은 출판사 인디고(글담)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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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만드는 법 - 심리학으로 풀어낸 개성 넘치는 캐릭터 창작법 예비 작가를 전업 작가로 만드는 작법서 시리즈 2
키라앤 펠리컨 지음, 정미화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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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 주제를 제시하며, 그에 맞는 캐릭터를 예시로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캐릭터 심리 유형을 정리한 책이라면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도 있고, 요즘은 MBTI니 뭐니 하며, 심리에 더없는 관심이 쏟아지는 중이라 SNS이나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캐해"가 각광 받고 있다. 이 캐릭터 MBTI는 뭐일 것 같고, 이 캐릭터는 이걸 싫어하는 걸로 봐서 뭔가 어릴 때 이것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궁예"라며, 앞으로의 드라마 내용을 미리 예상해 보기도 한다. 뿐인가. 캐릭터가 아닌 진짜 사람,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캐해"를 하기도 하고 그룹이 있거나 한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는 패널들은 패널들끼리 서로 상극이라든가,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기도 한다.

심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이다. 정신 건강이라는 것보다는 자신을 알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탓이다. TV 채널에서는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이것저것 방송되고 있다. 금쪽이를 보면서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다시 들여다보고, 내가 어릴 때 그런 행동을 했던 이유가 바로 저것 때문이었구나 깨닫기도 하고, 여태 어릴 때의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서 내가 지금도 힘들구나, 아프구나 눈물 짓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상담을 받으러 나오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나에게 투영 시켜 보기도 한다. 희귀한 사례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다들 비슷한 상처를 받고,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처럼 남이 털어놓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남이 받는 상담으로 나를 치유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심리의 시대다.

이런 심리 시대에서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중들이 자주 보는 드라마와 영화, 책에 나오는 캐릭터 역시 심리의 영향을 받지 않기는 힘들게 되었다. 여기저기 심리 이야기를 접하고, 심리 테스트를 즐겨하는 대중들은 이제 문외한이 아니다. 너무 틀에 짜맞춘 것 같은 전형적인 캐릭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워졌다. 너무 뻔한 것이 그 이유다. 사람 같지 않은 캐릭터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 모자라게 된 것이다. 이를 테면 '예수'를 생각해 보자. 그는 끝없이 이타적이고 생명의 본능이나 욕구 등을 드러내지 않는 성인이다. 드라마에 그런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치자. 매력이 있을까?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받고 싶다. 그와 알콩달콩 연애하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 서사상,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예수' 같은 성인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이라고 해보자. 그는 어딜가나 사람을 이끌고 다니는 인기 스타지만, 그만큼 시기 질투도 많이 받는다. 연애가 힘들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천성적인 아가페 같은 사랑을 온 인류에게 쏟아붓듯 길 가다 물세례를 받아도 다 괜찮다고 한다. 같이 걷는 여자 주인공이 같이 물 세례를 받아 젖는 것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은 그런 남자 주인공의 애정을 독차지 할 수 없다. 남자 주인공은 누군가 자신을 찾으면 달려가 주어야 하고, 힘든 사람과 아픈 사람 옆에서 밤새 곁을 지키며 간호하고, 기도한다. 데이트 할 때는 제 뒤로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할 수 없다. 길을 걷다가 배가 고파서 인기 많은 식당에 가거나 예쁜 디저트를 먹고 싶어진 여자 주인공이 그에게 밥을 먹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그는 친히 가방을 열어 조그만 찹쌀떡 5개 든 팩과 멸치 두 마리가 든 봉지를 꺼내어, 배를 배불리 채워주겠노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캐릭터에게 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 세계를 가지고 있다. 복합성을 띤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 말하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돈이 많은 부자고, 똑똑하다. 하지만 동시에 외골수고 말이 많고 자기 세계에 빠져 살며, 사회성은 떨어지고, 솔직하지만 그만큼 무례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나쁜 사람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캐릭터에게는 성인군자 만큼의 희생 정신이 깃들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냥 세계적인 재벌이 아니라, 세계 평화를 지키는 히어로인 것이다. 그러다 끝내는 제 부와 행복을 다 누리지 못하고 잠들었다. 세계의, 아니 우주 전체의 평화를 위해.

사람들이 왜 자꾸 캐릭터를 실존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과거 배경의 캐릭터를 자꾸 현대 세계로 데려오며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이세계라고 세계를 구분짓고 캐릭터를 여기에 두었다가, 저기에 두었다가 하는 걸까. 상황이 변하고, 세계가 변하면 캐릭터가 취할 법한 생각과 행동을 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려면 변하지 않는 캐릭터의 특성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 캐릭터의 신념도 있어야 할 것이고, 결국 이 캐릭터가 앞으로 변화하게 되는 방향까지도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캐릭터는 하나의 세계관이며 건축물이다. 작가는 캐릭터의 구축을 건축가가 도면을 만들고, 기둥 하나부터 세우듯 세심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이 책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라고 제시하고 있는가.

매력적인 개성과 의욕적인 경향과 장기적인 욕망과 단기적인 동기 등을 제시하며, 복합적인 인물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 캐릭터는 외향성인지, 내향성인지 등을 정하는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우호성은 어떤지, 신경성이나 상실성을 지니고 있는지, 얼마나 열려있는지, 상황과 성별과 문화가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까지 말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모든 게 다 똑같이 정해진 캐릭터를 둘 놓아보자. 둘 모두 외향적이고 남과 잘 협력하는 데다가 크게 예민하지 않고 모두와 잘 지내고 이타적인 캐릭터다. 한마디로 흠 잡을 데 없는 좋은 성격이다 그렇지만 상황을 설정하면 두 캐릭터는 하늘과 땅만큼 달라지기도 한다. 자, 시대는 중세시대, 한 캐릭터의 성별은 남자, 다른 한 캐릭터는 여자라고 하자. 둘은 같은 날, 같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친쌍둥이이다. 1분 먼저 태어난 쪽은 여자, 1분 늦게 태어난 쪽은 남자다.

쇠약한 공작인 아버지는 오늘 내일하는 상태인데, 장녀인 여성 캐릭터에게는 가족들 모두가 빨리 결혼하라고 압박을 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참금이 부족하거나 가문이 기울어가는 것은 아니니, 최대한 하자가 없을 때 혼인을 하라고. 그리고 가문의 당주는 자연스럽게 1분 동생인 남성 캐릭터에게 돌아간다. 아버지인 공작은 숨이 꺼져가기 직전까지 아들을 불러, 가문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가문의 비밀은 무엇인지 상세히 얘기해준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에게는 그런 이야기 따위는 해주지 않는다. 여자는 결혼하면 다른 가문의 사람이 되는 것이니,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외향적인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와 같이 말타기를 즐기고 야외 활동을 즐겼다. 물론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좋아해, 무도회나 파티도 좋아한다. 하지만 즐길 수 있는 건 오로지 데뷔탕트 이후부터 결혼 전까지의 무도회 뿐이다. 남자가 선택해 주기 전까지는 함께 끼어 춤도 추지 못하는 무도회 속에서 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여성 캐릭터가 가만히 누군가의 신청을 기다리는 동안, 남성 캐릭터는 이 여자, 저 여자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즐긴다. 여성 캐릭터가 그냥 아무하고나 춤을 추고 싶어 움직이면, 옆에서 불호령이 떨어진다. 조신치 못하게 뭐하는 거야!

그렇게 몇 년이 흐르면, 여성 캐릭터는 결혼한 주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돌보며 있을 것이고, 남성 캐릭터는 가문의 당주가 되어, 한 가문을 이끌고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그들을 변하게 만든 것이다. 신분도, 성격도, 태생도 같았던 두 캐릭터를 갈라놓은 것은 시대와 상황과 그들이 가진 성별인 것이다. 이대로 더 흐르면 어떻게 될까. 여성 캐릭터는 제지 당한 욕망과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비틀릴지도 모르고, 남성 캐릭터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신에게로 쏠린 수많은 시선과 기대와 근심으로 정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둘 다 내향적으로 변하고 사람을 만나기를 꺼리지만 그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고 살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성 캐릭터는 야외 활동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지만, 여성 캐릭터에게는 그조차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개개인이, 나와 당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일과 사건과 들어왔던 말과 알게 모르게 인격에 영향을 미쳤던 기타 요인들로 인해 한 사람이 만들어진 것처럼 캐릭터도 그렇다. 가령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은 모든 아이들이 삐딱선을 타고 자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태생적이고 선천적으로 만들어진 성격과 아닌 것들도 구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개인이 받아들이기 심각한 것이라 사람을 다 망가뜨려 놓기도 한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여 이 캐릭터를 끝내 정해진 수순처럼 비극적 엔딩을 맞게 할 것인지, 다른 누군가의 개입과 도움으로 점점 사람다워지다가 결국은 행복한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반열에 올려놓을 것인지는 작가가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뜬금없지 않고 개연성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캐릭터 토대부터 잘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다.

스토리가 더없이 중요해진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진짜로 어디에 실존하고 있을 것처럼 현실적이고 복잡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사랑받는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으려면, 진짜 사람 같이 복합적인 성격으로 만드려면, 심리학은 필수이다. 전공을 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캐릭터의 빈 곳을 하나씩 채워가면 된다. 책에서 말해주는 요소들을 하나씩 채워가다보면 어느새 당신만의 개성 가득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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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기록 생활 - 행복은 셀프. 좋은 순간을 채집하는 행복 기록 일기장
김혜원 지음, 림예 그림 / 인디고(글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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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아기자기한 책이 왔다.

이런 책을 서평 도서로 받은 건 처음이라 조금 설레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적으면 좋을까?

사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MBTI(라는 인터넷에 널린 불확실한 사람 유형 16가지 분류에 따르면)는 INFP라는데 귀찮음과 게으름이 상상의 나래를 종이에 마음껏 펼쳐놓는 것보다 강한지, 나는 기록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중요한 일정이나 가끔 해야 하는 메모 같은 건 충실하게 하는 편이지만 매일이 별 다를 게 없고 시시하고 허무하다고 많이 느끼는 통에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하는 다이어리도 사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연말을 내 생일보다 좋아한다. 겨울이고, 눈이 오고, 세상이 반짝거리고 들떠있고, 크리스마스가 있고, 새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연말연초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1월 페이지를 펼치고 대충 10일 정도만 열심히 쓰고 그 뒤부터는 내내 백지인 다이어리의 미래를 알면서도 교보문고 핫트랙스 등에 가거나 온라인의 예쁜 팬시 문구 용품을 파는 곳들을 시간 들여 들어다보던 내 취미도 그렇게 증발했다. 올해 2023년의 내 다이어리는 회사의 세무를 맡고 있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나눠 준 업무용 다이어리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자기가 받은 게 너무 많다며 준 현대해상(나는 현대 보험도 없는데) 다이어리가 되시겠다.

그렇지만 나는 책에 대한 애정을 아직 놓지 못했다. 놓지 못하기는커녕 더 집착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디서 허리케인이라도 불어와서 내 방을 통째로 어디 무인도로 실어간다면 나는 기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2030년이 될 때까지 방에서 절대 나오지 않고 책만 주구장창 읽어도 될 정도로 책을 모으고 있다. 종이책, 이북,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이 책도 나의 수집 도서에 한켠을 차지하게 되었다.

도서가 온 날, 제일 먼저 책을 촤라락 훑어보았다. 특이했다. 책이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용 책자처럼 이렇게 저렇게 해보세요, 하고 넌지시 권유하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붙은 만년 다이어리었던 것이다. 게다가 특이하게 이렇게 작은 책이 앞뒤 판이 단단했다.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라도 적으라는 얘기겠지. 침대 밖으로 한발짝도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도 침대에서 적을 수 있도록 판이 단단한 것이리라.

작은 기쁨을 기록하라는 책의 내용과는 다르게 나는 요즘의 불투명한 내 미래와 눈밭에 파묻힌 것처럼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내 사정과 나의 조국의 사정과 나아가 세계의 사정 걱정만을 착실히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나인 것을 어쩌랴. 기록하는 곳에 거짓을 옮겨 담지 않으려는 데에도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적어보지 않은 자들은 모른다. 나만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을 적어놓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이 얼마나 잦은데.

공들여 예쁘게 적지 않는다. 꾸미지 않는다. 그런 건 내게 사치였다. 공들여 꾸미려면 예쁜 토끼 스티커와 각양각색의 펜들로 별 말을 다 써야 하는데 나는 아직 2023이라는 숫자와도 친해지지 않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연말연초를 행복하게 느끼고 있지도 않다. 완전히 엉망인 요즘의 내 삶에 반짝반짝한 것은 없다. 나는 꺼내려던 펜을 도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건 다이어리가 아니잖아요? 책이 나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파스텔톤의 조금은 진한 하늘색 책이, 작은 파랑새처럼 "작은 기쁨을 실천해보고 기록하라니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하고 묻는 것 같았다. 아. 이거 일기장 아니지.

나는 펜을 다시 꺼내서 내가 기록한 요즘의 삶에 군데군데 작게나마 색을 입혔다. 아주 죽으란 법은 없다고, 작은 기쁨은 반드시 있었다. 나는 컵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독서용품, 이를 테면 책갈피를 좋아한다. 최근 예쁜 책갈피를 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해주려고 두 개를 샀다. 다음주에는 내 선물을 받을 당사자를 만나는 약속도 있다. 뿐인가, 나는 요즘 고양이들에 푹 빠져있다. 내가 기르는 것은 아니고, 아니지, 내가 기르는 건가? 길고양이인데, 완전한 길고양이는 아니고, 내 손을 타버린 사무실 마당의 고양이들이다. 원래 내가 가끔 밥을 주던, 회사에 자주 출몰하던 삼색 고양이가 하나 있었다. 안 지 오래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떡집에서 파는 콩떡처럼 하얀색, 갈색, 검은색 3색이 섞인 삼색 고양이은 대부분 암컷이라고 한다. 그 고양이도 암컷이었다. 내게 밥도 그렇게 많이 얻어먹지 않았는데 살이 좀 쪘다 싶더니, 임신이었던 것이다. 새끼를 넷이나 낳은 콩떡이는 새끼들이 태어난 지 한달을 넘기자마자 동네 개에게 물려 죽었다.

새끼 고양이 네 마리 만이 남았다. 콩떡이에게 착실히 '인간을 경계하라'는 교육을 받았는지 내게 절대 다가오지도 않고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하악질부터 하는 성격 더러운 새끼 고양이 네 마리 만이.

나는 당장 고양이 사료부터 검색했다. 연령에 관계없이 새끼부터 성묘까지 다 먹을 수 있는 고양이 사료, 간식 등을 정신없이 샀다. 어미 잃은 새끼들이 죽을까봐 너무 걱정되었다. 콩떡이는 다 큰 성묘였고 길에서 아무거나 주워먹는 영락없는 길냥이였다지만 쟤넨 너무 아기였다. 너무 어렸다. 아무거나 대충 먹게 둘 수 없었다. 회사 근처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다른 고양이와 다투는 것도, 동네의 큰 개들을 마주치는 것도 안 될 일이었다. 너무 위험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한겨울까지 왔다.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이 있다보니 고양이 사남매는 이제 내게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내 손에 제 이마를 들이밀고 쓰다듬을 요구하거나 야옹야옹 울면서 엉덩이를 두들겨 달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이 요즘 내 삶의 최고 기쁨이자, 관심사다.

나는 서둘러 책에 고양이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형광펜으로 예쁘게 색도 입혔다. 그리고 엊그제는 눈이 내렸다. 나는 비를 지나치게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눈은 또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지나치게 좋아하는 눈이 내렸으니 그것도 작은 기쁨이다. 책에 서둘러 눈이 내렸다고 적었다.

그렇게 완성한 지난 주 페이지는 이렇다.

 
 

이 책에 쓰여있는, 매일 쓰는 물건이 예뻐야 한다는 얘기는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매일 쓰는 물건이 예뻐야 한다고, 그래야 일상이 반짝거릴 수 있다고. 매일 쓰는 안경, 매일 쓰는 물컵, 매일 쓰는 수건, 매일 쓰는 수저, 매일 쓰는 침구, 매일 보는 인형, 매일 손에 쥐는 핸드폰 케이스. 분명 큰 돈 들지 않는 작은 것이지만 내 취향으로 채우면 분명 순간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냥 예뻐 보이는 것은 안 된다. 내 취향과 철학을 오롯이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컵을 예로 들자면, 단순히 디자인만 예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손에 쥐는 그립감은 어떤지, 손잡이에 손을 넣고 잡으면 어떤지. 입술이 닿는 부분은 두꺼운지 얇은지.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를 쓸 수 있는 내열 강화 재료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 견디는 온도는 몇 도에서 몇 도까지인지. 물론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물품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합격점에 가까운, 좋은 물건을 고르면 된다. 나는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달그락 거리는 컵의 소리를 좋아한다. 머그컵, 유리켭 가리지 않고. 요즘은 변색컵에 관심이 많다. 골드림을 두른 컵을 좋아한다. 입에 닿는 부분이 두꺼운 걸 좋아하지만 너무 두껍거나 무거운 건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나의 취향과 철학을 오롯이 반영한 물건을 찾아 곁에 두고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의 행복을 만드는 작은 순간 순간이라고, 나도 동의한다.

밖에서 하루종일 추위와 피곤에 싸워 지쳐서 다크서클이 내려온 채로 집에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다 내팽겨치고 싶고 옷도 갈아입기 싫어서 그대로 확 누워버리고 싶은 충동과 욕구를 억누르며 옷을 갈아입고, 손발을 씻고, 짐을 정리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10시 이후다. 몸이 저릿하게 익도록 뜨거운 물로 씻고 몸의 물기를 꽉꽉 눌러짠 나에게서 풍기는 향기로운 향에 감싸이는 시간 말이다. 그렇게 샤워를 마친 뒤에는 내가 좋아하는 컵에 좋아하는 티백을 담고 따뜻한 물을 담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 옆에 읽는 중인 책을 둔다. 예쁜 책갈피를 고르고 좋아하는 필기구와 노트를 그 옆에 두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핸드폰과 연결해 잔잔한 음악을 튼다. 그리고 비로소 책장을 열고, 넘기는 데에 푹 빠지는 것.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시간이다.

요즘의 내 생활은 완전히 엉망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공부하기에는 의지도 노력할 기운도 없고, 잔고는 늘 아슬아슬하고, 뉴스와 인터넷 기사로 접하는 세상은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케 한다. 정리되지 않은 방에서 책이며,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서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지럽혀 있고, 서른을 앞두고 대체 어떻게 살 지 도대체가 감이 서지 않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인정한다. 하루에는 분명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별처럼 톡 하고 튀어나오듯 있다.

따뜻한 밥을 입 안에 넣을 때, 좋아하는 반찬을 씹을 때, 온종일 추위에 떨다가 마시는 칼칼한 국물이라든가, 따뜻하고 향긋한 차라든가. 발밑에서 야옹야옹 울며 쓰다듬기를 요구하는 고양이와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노래를 랜덤 플레이리스트에서 발견하는 순간 같은 것.

인지하지 않으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정말 작은 기쁨과 행복이라 놓칠 수 있지만, 다시 되돌아보고 떠올려보면 분명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기뻤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걸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주에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기분이 정말 별로라면, 치약이나 칫솔을 바꿔보는 게 어떻냐고. 그냥 매운 치약 말고 누군가 효과가 좋다고 추천하던 허브 향이 나는 치약은 어떠냐고. 칫솔모가 다 뻗친 칫솔을 새 거로 바꿔보지 않겠냐고. 퇴근할 때의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면 어떻냐고. 그날 먹었던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고. 거창하게 하루에 있었던 온갖 일들을 쓰라는 게 아니라고. 그냥 그날 있었던 가장 좋았던 순간을 적어보라고. 그 순간이 왜 좋았느냐고. 갖고 싶던 걸 사서, 오래 찾았던 걸 드디어 발견해서, 오랜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길을 걷다가 귀여운 강아지가 산책하는 걸 봐서. 그런 자잘한 순간들을 기록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반복해서 좋다고 적었던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도 있고, 정말 별일 없는 허무한 하루라고 생각했던 날에도 그래도 그날 무엇을 했었지, 하다못해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 아무렇게나 골라 마셨던 음료가 참 괜찮았지 라고 적을 수 있을 거라고.

빈칸과 빈 공백을 전부 글자로 채울 필요도 없고 예쁘게 꾸밀 필요도 없다. 이미 예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잔뜩 그려져 있으니까. 그냥 펼쳐서 오늘 문구점 가서 예쁜 연필 한 자루 샀다 라고만 쓰고 덮어도 좋다. 나중에 들춰보면 그런 작은 기록들이 모여서 내가 일년에 이만큼 좋은 일이 많았다고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부담없이 빈 곳이 늘어나도 죄책감 없이 이런 거 저런 거 적어보자. 내 하루가, 일상이, 삶이 작은 기쁨에 반짝반짝 빛날 수 있게.

*이 서평은 출판사 인디고(글담)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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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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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은 안전한 선택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평범함은 허들이 되어, 인물들의 앞에 놓인다. 타인의 시선은 장애물이고, 그것은 쉽게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개수도 많다.

살면서 장애물을 맞닥뜨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뛰어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세상에서 제시하는, 그러니까 '평범함'을 가장한 무언의 폭력을 허들로 앞에 두고 있다.

삶에는 돈이 들고, 생존은 그것보다 조금 싸고, 존재는 아주 비싼 이 삶에서 그들은 싸지 않은 생존기를 치르는 듯한 모습으로 허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에게 의구심이 든다. 책에 나오는 여타의 인물들과 다르지 않다.

왜 그런 무모하고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거니, 왜 더 참고 살지 않고 이혼했니, 왜 미혼으로 아이를 낳았니, 고지를 눈앞에 두고 왜 갑자기 쥐약을 먹고 자살했니,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은 때마다 선택을 한다. 다만, 보편적이고 평범한 세상의 기준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다.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거기에 대해 큰 이유나 설명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과거 같은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예컨대, 「휘발, 공원」처럼 당장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귀찮아, 때마다 사랑하지 않는 연인에게 좋게 맞장구 쳐주며 선택을 조금 유보하는 행위 마저도 선택의 일종인 것이다.

때마다 그런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하여, 지금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정말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타인처럼 느껴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실은, 나는 나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몇 몇 과거의 선택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었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으며,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택하지 않을 선택이다. 예술에 대한 무모한 신념으로 점철되어 자기 안위조차 돌보지 않는 일을 벌이는 햄과 같을 때도 있었고, 남자친구의 적당한 말이나 감언이설에 속아, 아이를 낳으면 그를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화자처럼 가늠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에 인생 전부를 걸고자 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때마다 선택의 기로와 같은 허들 앞에 놓였다. 이들처럼.

삶에는 돈이 들고, 선택은 삶이 치르는 값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우리는 각자 모두 과거 선택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영위하는 삶이고, 어쩌면 힘에 겨운 '겨우 생존'일지도 모르고, 존재와 가치와 의미를 얻고자 하는 비싼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내가 비록 과거의 나를 이제 와서 이해할 수 없을지 언정, 결국 그가 저지른 일들을 해내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허들 앞에 놓인 모두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곁에 서 주어야 한다. 서 있어야 한다. 위로와 격려처럼 거기 서 있어야 한다.

안전한 선택은 보편적이고 평범한 선택이고, 그것만이 세상의 비난과 타인의 눈초리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안전한 선택이 정말 끝까지 안전을 보장해주나? 몹시 안전한 선택은, 정말 안전한가?

때마다 선택을 유보하고 조금 더 자신이 안전해 보이는 선택을 골라 살아왔다고 한들, 존재 가치를 풍만하게 느끼는 충족할 수 있는 삶인가? 타인의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뛰어 넘어야 할 허들이 낮기라도 한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 허들 앞에 서 있고, 그때마다 어떤 선택이든 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그 선택이 옳았는지 그른 선택이었는지 알 수 있겠지. 단, 판단은 세상과 타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그때 어떤 선택이라도 해야 했고, 그래서 내가 지금 살아 견디고 있는 것이라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겠지. 그런 마음으로.

안전한 선택 같은 것은 없다. 길 위에 아주 조금 튀어나와있는 돌뿌리 하나에도 걸려 넘어져 다치는 것처럼. 아주 낮고, 적은 수의 허들이라도 장애물은 위험하다. 안전히 땅에 발 붙이고 기어서, 걸어서 통과할 수 있는 허들은 없다. 무조건 뛰어야 한다. 뛰어 넘어야 그 다음이 나오는 것이다. 뛰는 것은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행위이다. 모두가 그 앞에 서 있을 때, 누군가는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페이스 메이커처럼 존재해 주어야 한다. 비록 뛰는 것은 자기 몫일지라도.

고작 손바닥만한 너비를 가진 하이힐로 위태롭게 지면을 밟아 걸으면서도 타인에게 했어야 했던 말처럼 살자.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꼭, 연락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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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 크로싱 - 소녀들의 수상한 기숙학교
앤디 위어 지음, 사라 앤더슨 그림, 황석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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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과 프로젝트 헤일메리로 유명한 앤디 위어의 신작이 나왔다. 사실 쓰여진 건 한참 전이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품들보다 먼저 쓰여졌는데, 작가가 출판을 목적으로 쓴 내용도 아니었는 데다가 그림이 더해진 '그래픽 노블' 장르였던지라 여태 묻혀있던 것을 몇 출판사들이 발표해보자고 하였고, 사라 샌더슨이 그림을 맡게 되면서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앤디 위어와 사라 샌더슨의 그래픽 노블이라는 것부터가 너무나 구미를 당기게 하였는데, 번역은 심지어 초월 번역으로 유명한 번역가 황석희 씨가 맡았다고 하니, 내용을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되지 않는가.

때마침 좋은 기회인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만나게 되어 신청하였고, 그렇게 '체셔 크로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짧고 압축적인데, 책을 빠르게 읽는 사람들이라면 30분도 안 되어 내용을 다 볼 법한 정도다. (나는 40분 정도 걸렸다.)

인쇄는 깔끔하게 되었고, 번역 또한 잘 되었다. 다만, 내용이 너무 압축적인 탓에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따라가기 버거운 장면이 몇 있다.

더 확실히 내용을 즐기고 싶다면 원작이 되는 피터팬과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최대한 원작에 가까운 버전으로 읽어 본 후에 다시 본다면 더욱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가장 흥미가 있던 지점은 초반 부분이다. 아이들이 한 데 모여서 주고 받는 내용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성격과 아이들이 진단 받았던 정신과적 병명 같은 것 말이다.

남들이 겪지 못한 일을 무시무시한 일을 겪고 죽을 힘을 다해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왔는데, 믿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미친 취급하며, 치료하고 교육하려고 애를 쓰기 바쁜 것이다. 사실상 아이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미쳐버린다. 이 세계에서는 자신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체념하고 냉소적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나 같은 세계에서의 경험은 아니나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을 만나자, 아이들은 금세 쉽게 융화된다. 세상의 취급으로 까칠해져버린 성격은 여전하지만 상대의 경험을 함부로 가짜라고 몰지 않는다. 거짓말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다. 내가 원더랜드에 있었듯, 너는 네버랜드에 있었구나. 내가 네버랜드를 겪었듯, 너는 오즈에 가봤었구나. 서로 다른 세계로 차원 이동을 했고, 서로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없어도 아이들은 서로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들어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차원 이동자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몇 년 전의 그 기억과 경험을 잃지 않고 여전히 그것을 바탕으로 싸우고 모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원더랜드가, 네버랜드가, 오즈가 정말로 있다고 믿고, 의심하지 않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였기 때문에? 그러니 서로의 능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차원 이동을 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아닌 어른인 유모인 메리 포핀스도 아이들과 함께 차원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경험을 진정으로 믿는 마음. 거짓이 아니라고 믿는 마음 덕분에 그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네버랜드에도, 카드 모형이 사람으로 변해 돌아다니는 원더랜드에도, 사람의 심장을 갖고 싶어하는 양철 깡통이 말하고 돌아다니는 오즈에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메리 포핀스에 대해 보면 웃기고 짠한 지점이 또 몇 있는데, 아이들의 장난에 이골이 나서 장난스러운 아이들을 지옥의 요정 취급 하면서도 결국은 아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서쪽 마녀와 싸운다는 것이다. 우산을 펼쳐, 사악한 마법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마법에 걸려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다가 다시 되살아나서도 아이들을 지키러 또 참전한다니. 이보다 더 대단한 유모가 있을까!

앤디 위어는 이처럼 영리하게도 우리가 서양의 어린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던 여성 캐릭터들을 한 데 모아 어벤져스를 결성시킨다. (주요 등장인물을 모두 여성들로 구성하고 그들끼리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까지도 마음에 든다. 디즈니의 공주 동화와 만화만 보고 자란 소녀들보다 이 모험기를 읽은 소녀들이 페미니즘과 여성연대적으로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격이 삐뚤빼뚤 모나고 여러 차례 자신의 말을 의심 받고, 미쳤다는 전제 하에 각종 실험을 받아, 아주 염세적으로 변해버린 애늙은이 같은 아이들이, 결국은 아이 같은 그 찬란한 동심과 의심하지 않고, 거짓이라 함부로 단언하지 않는 모습들로 함께 힘을 합쳐, 세상을 또 한 번 구해내는 것이다.

길지 않은 내용이었음에도 읽으면서 크게 웃음을 터뜨린 부분이 몇 있었는데,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웃픈' 지점에 가깝다. 어떤 장면이었냐면, 맨 처음 아이들이 막 만났을 때, 웬디는 머리를 자른 상태였다. 네버랜드에서의 기억이 남아있는 채로 조금 더 큰 모습의 웬디는 그때의 긴머리가 아니었다. 훨씬 더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모험가로서의 외형으로 만날 수 있게 된 웬디가 몹시 반가웠고, 아이들 중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여 네버랜드에서의 "더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지점이 약간 씁쓸하고,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방에 갇히자마자 도망가려고 창문을 살피는 앨리스가 창문이 닫혀있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데, 앨리스는 원더랜드에서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약을 잘못 먹는 바람에 좁은 집에 갇힌 기억이 있다. 때문에 폐쇄적인 공간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약간의 폐쇄 불안증처럼 보이는 앨리스와 반면, 웬디의 경우는 창문으로 피터와 요정들이 날아왔던 기억이 있어, 아무래도 창문은 열려있는 것보다 닫혀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원작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심리 상태와 성격을 설정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원작의 내용을, 그로 인해 아이들의 심리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영리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는 재미도 재미지만, 정말 탁월한 분석력이라고 앤디 위어의 칭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도로시까지 합세했을 때, 각자 어떻게 차원 이동을 했는지 차원 이동의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가 있는데 웬디와 도로시는 자세하게 말한 반면, 앨리스는 "그딴 거지 같은 데 안 가." 하고 말하는 게 정말 웃기고 짠했다. 아마 일반적인 번역으로 했다면 '그런 기분 나쁜 곳은 안 가'라든가, '그따위 곳에 가기 싫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을 텐데, 황석희 번역가가 요즘 아이들 말투로 잘 번역한 대사라고 느꼈다. 그딴ㅋㅋ 거지 같은 데ㅋㅋㅋㅋ 안 가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또 한참 웃었던 지점은 피터가 앨리스와 함께 보팔 검을 빌리러 갔을 때였다. 수수께끼를 맞춰야만 보팔 검을 내어주겠다는 말에 앨리스는 원더랜드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하는데, 피터는 앞뒤 안 재고 냅다 주먹을 꽂아 수문장을 재우고 보팔 검을 획득한다. 이 부분도 참 웃기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웃픈' 지점이 아닐 수 없다. 피터가 앞뒤 안 재고 폭력을 쓰는 부분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면, 네버랜드는 정말 아이들이 있기 힘든 곳인 점이 엿보인다. 아이들이 폭력을 계속해서 쓸 수 밖에 없는 곳. 웬디가 호신용 칼을 갖고 다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차원을 넘나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서쪽 마녀는 이제는 성이 아니라 차원 전체를 아우르려고 애를 쓰지만, 차원 이동 능력자가 셋이나 되는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마법이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이쪽도 마법을 쓰는 메리 포핀스가 있는 데다가 애초에 쪽수로도 한참 밀리니 어쩔 수 밖에.

그리고 후크 선장의 외모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지만... 그는.... 원작에 따르면 엄청난 미남이었어야 하는데 이 구리구리한 수염 기른 아저씨는 또 뭐고, 서쪽 마녀에게 왜 이렇게 기름지게 대하는 건지...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사실, 러브라인도 있다고 서문에서 밝히기에 기대를 좀 해보았는데, 러브의 러 자도 시작하지 못하고 대충 썸만 탄 상황에서 (후크 선장이 죽을 때보면 서쪽 마녀는 그렇게 애틋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별 마음이 없었는지도...) 흐지부지된 관계라 이건 러브라인이라고 볼 수 없겠는데? 싶었다.

게다가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를 굉장히 압축해놓은 느낌이 든다. 전개가 한국의 아침드라마 저리가라 수준이다. 가령 메리가 액체로 변해버린 후에 아이들이 크게 슬퍼한다거나 꽃병을 챙겨서 메리(였던 것)를 잘 담아서 교장에게 가져다주는 장면 등은 다 생략되고 없다. 서쪽 마녀도 계속 후크 선장의 배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구경해볼 법도 한데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은 것도.

너무나 생략된 장면이 많다는 점이 확실히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전개가 너무 빨라서 눈이 팽팽 돌 지경이기도 했다.

앤디 위어가 프로젝트 헤일메리처럼 두꺼운 책으로 이 내용을 다뤘다면 아마 위에서 언급했던 이야기들에 이런저런 살도 많이 붙고 전개도 제 속도를 갖춰 조금 더 매끄러울 것 같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이었고 읽는 내내 만화책을 읽는 것처럼 즐거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아이들에게 접해도 무리 없는 (어쩌면 조금 유치하게 볼 수도 있겠다.) 내용이라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이 마법으로 액체가 되는 장면 빼고는..... 모 사이트 웹툰 성형수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큰 압박과 결심 같은 거 없이도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가볍고 즐거운 책!

*이 서평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RHK)에게 도서를 제공 받아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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