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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홀론 1~2 세트 - 전2권
제레미 오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정신과 전문의면서 SF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이력이 독특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작품은 가까운 미래, 갑자기 달 근처에 다크홀이라는 의문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블랙홀처럼 뭐든지 빨아들이는 것도 아니라 그냥 그 위치에 검게 존재할 뿐인 그 천체에 처음으로 사람을 보내게 되고, 오랜 경력을 지닌 우주비행사 '루크 쇼'가 우주선에 오른다.
놀랍게도 다크홀을 통과하면 원통형의 우주 도시 같은 것이 등장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지구들이 보인다.
'라마'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루크는 이곳이 진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크홀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곳이라는 점과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지구에 각각 의식적인 존재는 단 한 명씩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그가 지금까지 그의 지구에서 알고 지낸 모든 사람은 다 그 사람들의 수많은 무의식중 하나라는 의미이며 때문에 전 세계 인구수만큼의 지구가 떠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꿈을 꾸게 되면 랜덤하게 무수한 무의식중 하나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루크는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자 하지만, 의식적인 존재가 떠나고 나면 그 지구는 곧 사라지고 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여기까지가 1권의 절반 정도의 이야기고 그 이후에는 루크가 딸 엠마를 찾아 다른 지구들을 뒤집고 다니는 여정이 이어진다.
일단 세계관이 매우 독특하다.
프로이트의 의식과 무의식이 작품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떠받히고 있다.
또한 한 지구에 의식적인 존재는 단 하나라는 설정도 참신했다.
결국 의심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의미가 없고, 자신이 유일한 의식적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는 이야기다.
작품의 제목인 '홀론'이라는 단어는 정작 작품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단어라 검색을 해보니 '부분으로서 전체의 하나인 동시에 각각이 전체적인 통합을 이루는 단위'를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즉 이 세계의 의식적, 무의식적 존재들은 모두 한 개인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각각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기에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작품 후반으로 가면 자기 자신이 무의식중 하나라는 것을 자각하는 자들도 등장하면서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준다.
루크는 모험을 거듭하며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라마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나, 그에게 라마는 그의 다른 무의식만큼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300페이지 후반의 두 권짜리 작품으로 꽤 분량이 긴 편인데, 배경도 참신하고 내용 전개도 예측 불가여서 굉장히 재미나게 읽었다.
특히 우주선 내부 장면들은 하드 SF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로 정교하고 상세해서 몰입감도 좋았다.
물론 환상을 만들어 낸다거나 무의식적인 존재들은 죽어도 피가 나지 않는 등의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긴 했으나, 세계관에 잘 녹아들었고 그런 허구성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한 만큼 배경과 스토리도 긍정적인 의미로 매우 독특했다.
이미 책을 몇 권 낸 이력이 있는 작가여서 조만간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