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거래 연구소
도선우 지음 / 라곰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대략 평균 연령의 절반쯤 살아본 입장에서 돌이켜 보면 세상을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는 말이 점점 맞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손해를 볼지언정 남한테 욕먹고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착하게 사니까 만만하게 보나 싶을 때가 불쑥불쑥 찾아오니 말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착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

착하게 사는 것에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

(pg 189)

작품은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온갖 불행을 다 겪는 것 같은 '고달'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지만, 노동 착취를 고발하려는 동료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해당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고 전혀 관련이 없는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해버려 고단한 삶을 하소연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를 모함에 빠질 위기에서 구해주는가 하면, 노동 착취를 고발하려는 동료를 감싸기도 하고 심심풀이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꼬마를 용서해 주기도 한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운명 거래 연구소'라는 미지의 연구소가 나타나 고달에게 고달픈 삶을 선사한 이들의 운명을 고달의 운명과 바꿔주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애들은 멍청하니까 사람이나 동물을 괴롭히는 거라고 고달은 생각했다.

그들의 뇌를 빼내 올리는 순간 1이 되었다가 바로 -60으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질 거라 상상했다.

그들의 뇌는 능히 물리법칙을 무시하고도 남을 것이다. - 중략 -

다만 이곳이 우리의 세상이 아니라 그들의 세상이라는 게 문제일 뿐.

(pg 44)

일단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이다'식 전개가 일품이다.

초반에 착한 사람이 보여주는 특유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중반 이후부터 모두 해결이 되는 구조라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다만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가사의한 힘에 기대어 인생이 풀리는 이야기라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소한 단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괴로움의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 오고, 상대에게 돈과 권력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없다면 사실상 개인이 무언가를 바꿀 여지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 시원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 완고한 정경유착의 카르텔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전반적으로 재미는 확실한 작품이었다.

스토리라인이 복잡하지 않고 전개도 빨라서 페이지가 훅훅 넘어간다.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식 영화로 만들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에에?!' 하면서 약간 오버하는 분위기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데,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본 작품도 재미가 있어서 앞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만나면 또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