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 읽는 양자 세계 : 상 - 게임처럼 생각하면 양자역학이 쉬워진다 ㅣ 흥미롭게 읽는 양자 세계
아부다수 지음, 정주은 옮김 / 미디어숲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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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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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인 머리는 없어도 여러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책을 통해 이제는 양자역학의 여러 개념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은 정도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해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한다는 책이 나오면 일단 흥미가 가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양자역학을 게임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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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특이하게도 물리학 전공자가 아닌 게임 개발자 출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양자역학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우리가 사는 거시적인 세계의 직관과 맞지 않는 부분들 때문일 텐데, 저자는 이 세상이 아닌 게임 속 세상이라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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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어본 느낌은 매우 놀랍고 신선하다.

단순히 전자나 원자가 입자인지 파동인지부터 설명하는 여타의 교양서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입자를 어떤 트리거가 작동되었을 때 생성되는 아이템과 비교하는 등 게임 속 세계로 설명하고 있다.

(하기의 예시는 이해한 바를 토대로 간단하게 재구성한 것으로 저자의 예시는 훨씬 세부적이며 설명하는 개념에 맞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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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게임을 할 때 보통은 사냥을 하면 수많은 아이템 중 하나가 랜덤으로 떨어진다.

즉 몬스터를 잡기 전까지는 어떤 아이템이 떨어질지 절대 알 수 없다.

오직 잡는 순간에 아이템 별 확률을 계산하여 아이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 따라 특정 몬스터를 잡으면 무조건 특정 아이템이 나오도록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결정론적인 고전물리학 방식에 빗대어 이해하면 된다. 단 이렇게 설계하면 아이템과 몬스터를 일대일로 매칭해야 하므로 아이템과 몬스터의 종류가 많아지면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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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막타를 치기 전까지 그 몬스터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은 중첩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해당 몬스터가 전설의 검을 쥐고 있다가 떨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그 몬스터에게 부여된 아이템 떨굼 확률이 곧 파동함수에 대응될 수 있으며 막타라는 트리거가 곧 '관측'에 대응하여 트리거가 작동되면 파동함수가 붕괴되면서 전설의 검이라는 상태로 고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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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의 이해가 곧 양자로 본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 보면 되겠다.

즉 게임에서 우리가 잡기 전까지 몬스터가 아이템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이 세계 역시 우리가 관측하기 전에는 그저 파동함수라는 형태로만 존재하고 관측이 일어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고정된다.

다시 말해, 우주는 사실 우리가 '관측'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가 관측할 때마다 우리가 관측한 우주의 일부가 그때마다 연산 결과를 출력한다.

다시 말해, 지난번 관측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를 한꺼번에 계산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우주를 계속 관측하면 우주도 계속 결과를 출력하고,

우리가 관측을 멈추면 우주는 대기 상태로 들어간다.

(pg 82)

저자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중 슬릿 실험에서 출발해 양자의 불연속성과 불확실성, 양자 중첩, 양자 얽힘, 기본 입자인 보손과 페르미온까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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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일 입자'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는데, 양자 세계에서 성질이 같은 입자는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즉, 쌍둥이여도 개별 자아가 있어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바뀌어도 무방하게 똑같은 1인이 두 개체 존재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는 의미다.)

게임에서도 보통 금화라는 개념은 개체마다 차이가 없다.

현실에서야 아버지에게 받은 돈과 어머니에게 받은 돈을 구분해서 보관할 수 있지만, 게임에서의 금화는 몬스터를 잡아서 얻은 것인지 장비를 팔아서 얻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양의 증감만 있을 뿐이지 각각의 금화가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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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상이 왜 이런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책에서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이 세계 역시 컴퓨팅 리소스의 절약을 위해 관측이라는 것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저 파동함수로만 존재하고 관측 즉시 가능한 결과값을 계산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사실 기술 측면에서 보면, 이는 컴퓨팅 자원을 아끼기 위해 흔히 쓰이는

프로그래밍 기법일 뿐이다.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면 금세 알게 될 텐데, 사실 우주의 창조자는 줄곧

'최소한의 함수(코드)로 최대한의 현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 중략 -

수많은 실험은 우주 시스템의 원칙이 '최선을 다해 아낀다'임을 줄기차게 증명했다.

관측 행위가 없으면 결코 함수를 호출해 실행하지 않는다.

설령 그 때문에 존재에 관한 온갖 논리적 역설이 발생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pg 249)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이 세계가 정말 우연에 의한 결과로 탄생한 것인지를 의심하는 순간이 온다.

저자 역시 그러한 입장에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특정한 종교나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게임 속을 누비는 플레이어처럼 우리 역시 누군가가 개발한 세계에서 그 작동 원리를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의심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 같다.

어쩐지 이 세상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중략 -

예를 들어, 만유인력 상수나 플랑크 상수 같은 물리학 상수는 왜 꼭 그 값인지,

미세 구조 상수의 의미는 또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런 지식은 모두 객관적 세계를 관찰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물이지,

수학적 논리로 도출한 결론이 아니다. - 중략 -

아무튼 이런 값이 설정된 배경이 무엇이든, 일단 우주의 바탕을 이루는 법칙에

포함되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무조건 그 값을 지키고 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pg 79)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양자역학을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는 책은 처음 접한다.

재미도 있었지만 정말로 이해하기에도 쉬웠다. (물론 다른 양자역학 책을 읽었던 경험이 꽤 도움이 되었음은 부정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느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원작은 본래 상, 하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듯 여정 중간에 책이 끝나버려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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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직관을 가차 없이 흔드는 양자역학이 일반 대중에게도 상식 수준으로 내려오게 된 것은 수식이라는 진입장벽을 제외하면서도 어떻게든 개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근래 읽었던 양자역학 관련 교양서적 중에서는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므로 양자역학이 궁금하다면 그 첫 시도로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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