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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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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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이론 물리학자치고는 책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서술이 친절해서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 좋아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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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양자 중력이론에서는 사건의 선후관계와 엔트로피의 변화는 있어도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불필요하다)고 주장했었는데 이번 책 역시 그 이론의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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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저자가 철학자들과 함께 논쟁하는 과정에서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이 물리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의미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GD 선생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즉 저자는 절대적으로 옳은 지식,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기준점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저는 '현실 그 자체', '궁극적 존재론', '최선의 체계', '진리' 같은 말들을

세계에 관한 확실한 진술로 받아들이는 일이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심리적, 문화적 고뇌의 투영, 즉 과도하게 발달한 뇌를 가진 포유류인

우리 인간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추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타당성, 즉 확률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믿습니다.

(pg 68)

물론 저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전문 영역인 양자 중력이론에서는 세상의 그 어느 것도 관계에서 떨어져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진공관에 원자를 하나 떼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원자는 진공 속에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구의 중력에 붙잡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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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물이 갖는 속성은 물 분자에 있는 수소와 산소 원자의 관계에서 생겨나듯이, 원자와 원자핵, 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의 특징은 다른 물질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

또한 우리를 비롯한 생물 역시 다른 비생물과 동일한 기본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니 생물도 마찬가지고, 입자가 아닌 중력장과 같은 개념도 다른 개념과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게 존재하는 물질이나 법칙, 개념 등은 있을 수도 없고 세상을 기술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입자, 장, 양자, 원자, 거시적 물체와 같이

과정을 통해 진화하는 실체들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체들은 정황에 따라 나타나는 속성 외에는

접근 가능한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 실체를 다른 실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합니다.

우리는 항상 관계에 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이 우리를 관계, 과정, 관점으로 이루어진 사고방식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pg 198)

다시 말해 저자의 시각에서는 어떤 대상을 설명할 때 이를 추상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든, 원자 레벨의 미시적인 수준에서 설명하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을 뿐 무엇이 맞다, 틀리다의 개념으로 볼 수 없는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상의 절대적인 속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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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나'라는 대상을 누군가는 직장인으로, 누군가는 아빠로, 누군가는 남편으로, 누군가는 아들로 정의하겠지만 모든 진술이 '나'라는 대상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고 서로 충돌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진술들이 모일수록 '나'라는 대상을 더 잘 정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누군가가 '나'를 할머니로 정의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사실과 어긋나는 진술이므로 논쟁을 통해 해당 진술이 거짓임을 가려내면 그만이다.

우리가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때문이고,

그렇게 변화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전의 실수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기 위해 반드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현실'이라는 신화를

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최종적 진리를 갈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단지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pg 185)

결국 논지의 핵심은, 우리가 세상을 기술하는 이유에 충실하도록 모든 관점들이 저마다의 쓰임이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점이 더 특별하게 중요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특히 단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다.

그러나 이 점이 과학적인 관점은 항상 옳고 철학적인 관점이 틀렸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나'에 대한 진술처럼 다만 그 쓰임이 다를 뿐인 것이다.

우리는 결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미 습득한 세계관 속에, 즉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관한 해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체계화된 지식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한 지식이 틀리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pg 244)

모든 관점이 다른 관점과의 관계에서 나오고, 모든 물질도 다른 물질과의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으므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우주 만물이 모두 평등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되어 있으므로 상호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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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놓고 보면 저자의 논지가 굉장히 간단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책 자체는 저자가 철학 교수들과 논쟁하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아주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적지 않았다.

만약 이 책을 읽다가 어려움을 느낀다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으니 조금만 인내심을 갖길 바라며 초반에 저자의 핵심 논지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읽다 보면 그나마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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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물리학자이기 때문에 물리 이론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한 책이므로 철학 책에 가깝지 않나 싶다.

과학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자연철학이므로 아주 동떨어진 주제는 아니다.

서술이 쉽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책이라 아주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나서 수긍하는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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