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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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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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가 심각한 문제라는 이야기는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다른 생물의 도움 없이 홀로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공생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이 책에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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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바로 '상리공생'으로 서로 이익을 보며 공생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자연에는 상리공생뿐 아니라 편리공생(한 쪽만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은 이익도 불이익도 없는 관계), 편해공생(한 쪽만 불이익을, 다른 쪽은 이익도 불이익도 없는 관계), 기생(한 쪽은 이익을, 다른 쪽은 불이익을 입는 관계)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관계가 있지만, 저자는 상리공생이야말로 인류뿐 아니라 생물의 진화 과정 전체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관계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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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먹이사슬로 대표되는 자연의 관계에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에서는 상리공생을 통해 서로 번성하는 수많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식물은 개미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개미는 식물의 번식을 돕는가 하면, 과일이라는 형태로 유인원들에게 먹이를 제공한 식물들은 유인원 덕분에 뿌리를 내린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여러 지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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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간 역시도 수많은 상리공생 사례를 통해 진화해왔다.

불과 몇 세대 전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꿀잡이새와 인간의 관계가 돈독했다고 한다.

밀랍을 좋아하는 꿀잡이새가 소리로 인간을 부르면 인간이 와서 꿀을 따고 보답으로 새에게 밀랍을 남겨주는 방식의 거래였다. (본 책의 원제 역시 '꿀잡이새의 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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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계가 비교적 직접적인 소통을 통한 방식이라고 한다면, 효모와 인간의 관계처럼 그저 취향과 진화의 방향이 맞아떨어져 발생하는 상리공생 사례는 더욱 많다.

효모가 주는 독특한 맛과 향, 알코올 등의 부산물은 인간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길들여진 인간은 양질의 효모를 번식시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진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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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자연과의 많은 상리공생 관계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설탕이 값싸게 공급되기 시작하자 더 이상 꿀잡이새의 소리에 인간이 반응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고, 질소 고정을 위해 콩과 다른 작물을 번갈아 심으며 지력을 유지하던 농법도 화학 비료로 대체되었다.

우리는 야생의 새와 맺었던 경이로운 관계를 버리고, 그 대신 거의 무한한 사탕수수와

그로 인해 태어난 거대한 노예제와 잔혹한 제국들,

그리고 결국 옥수수 시럽으로 그 관계를 대체했다.

(pg 133)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인류의 숫자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주요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관점에 따라서는 지금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옥수수나 밀, 닭이나 돼지와 같은 동식물들과 새로운 상리공생 관계를 만들어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조류는 닭인데, 생물학적으로는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종은 번성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야생 닭은 이미 멸종했고, 인류의 손이 닿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닭의 현재 모습이 과연 '번성'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만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농업이 시작되었던 당시 인류가 맞닥뜨렸던 변화보다 훨씬 거대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시기 못지않게 풍요로운 '생각'의 번식이 필요하다. - 중략 -

어떤 공생 관계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올바른

공생의 조건, 그리고 올바른 문화나 정책이라는 맥락에서만 가능하다. - 중략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생을 선택할 것인가?

(pg 249)

그리하여 46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기나긴 여정의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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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에는 수많은 동식물뿐만 아니라 균류, 미생물을 포함하는 거대한 생물군과의 상리공생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어떤 관계가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생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또 그들과의 상생을 위해 창의력이 필요하기에 과학자뿐 아니라 예술가나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희망하는 바는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생명 종들이

더욱 번성하는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존재들을 이롭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도 이로운 세상 말이다.

(pg 464)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생물들의 사례도 많고 서술적인 측면에서도 저자가 현학을 빼고 꽤나 유머를 곁들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생물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참이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는 책이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좋은 교양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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