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160페이지 정도로 제목처럼 정말 짧은 이야기지만 독자들을 엄청난 실존적 공포로 몰아넣는다는 책 소개에 강렬하게 이끌렸다.
서사가 짧으면 대체로 기억에 남는 강도도 적게 마련인데, 어떤 내용이길래 그렇게 짧은 분량 안에서도 충분한 공포감을 선사할 수 있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작품의 내용은 일면 간단하다.
한 남자가 지옥에 떨어져 겪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제목이 반어법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작품 속 지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던 지옥과는 매우 다르다.
일단 물리적인 공간부터 악마들이 채찍을 들고 유황불이 떨어지는 곳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큰 도서관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원하는 음식은 키오스크에 말하기만 하면 언제든 제공되고, 의복도 매일 새로 지급되며 일정한 시간에 잠들어 일정한 시간에 깨어난다.
그리고 본인이나 타인이 일부러 가하지 않는다면 신체적인 고통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전날 죽음에 이른다 하더라도 다음날이면 다시 눈을 뜰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작품의 무대가 무슨 지옥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도서관에서의 삶이 왜 지옥인지를 한 장 한 장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실감하게 된다.
이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의 임무는 딱 하나다.
그 거대한 도서관에서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책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 이 도서관에는 일정한 분량 안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책이 존재한다.
저자가 계산한 바로는 95의 1,312,000제곱에 달하는 책이 있는 것이라 한다.
워낙 큰 숫자라 실감이 나지 않을 텐데, 이 우주에 존재하는 전자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수라고만 이해하면 된다.
즉,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서관은 유한하다.
하지만 그 유한함이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무한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따라서 이곳이 지옥인 단 하나의 이유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무한에 가까운 권태로움 속에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