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저자의 이름은 로버트 킴 핸더슨이라는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이 다 자신을 버렸던 부모들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부와 마약 중독자였던 생모에게서 떨어져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살았다.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총 아홉 번 거주지를 옮겼다고 하는데, 이는 위탁 가정에서 너무 장기간 있을 경우 나중에 친족이 아이를 데려갈 때 아이와 위탁 부모가 너무 가까워져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자주 옮기도록 강제된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력만 보면 이제는 어엿한 사회 상류층이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현재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저자의 자수성가 스토리였다면 딱히 흥미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자신이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였으며 그가 걸어온 여정 중 단 한 번만 삐끗했어도 자신은 범죄자가 되었거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그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어린 시절 친구들은 모두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족이 해체된 아이의 경우 교육의 기회를 얻는 것이 복지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가 매일 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우는지, 무엇을 먹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며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 등등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여줄 가족이 없다면 교육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이를 지속할 동기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관심을 받고자 비행에 빠진다거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것 같다는 자괴감에 빠져 자신을 파괴하는 음주나 마약과 같은 것에 중독되기 쉽다. (실제 저자 역시 상당한 알코올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동과 습관을 위해서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 또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pg 215)

따라서 저자는 가족이 해체된 아이의 경우 안정적인 보살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어렸을 때 겪었던 관계에서 오는 트라우마는 현재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몸담았던 최고의 대학들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보이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사치 신념'이라 부르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고학력, 고소득층일수록 경찰의 힘을 약화해야 한다거나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낡았다는 신념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볼 때에는 경찰의 힘이 약해지면 범죄의 피해는 저소득층에서 크게 발생하며, 일부일처제라는 가족 제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계층 역시 저소득층이다.

따라서 그들이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주장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자면, 젊은이들이 왜 대기업만 고집하냐며, 중소기업도 충분히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은 꼭 대기업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는 지금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연줄이 이어진 그들이 수많은 것을

인정하고 확인해 주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행동과 판단, 태도를

소외되고 박탈당한 아이들에게 적용한다. 그리고 이를 연민이라고 부른다.

(pg 353)

책의 원제는 '위탁 양육, 가족, 그리고 사회 계급에 관한 회고록'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제가 책의 내용과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관한 회고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무언가 정밀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부모가 이혼하지 않는 가정을 신기하게 생각했던 저자를 보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는 회고록이기 때문에 전혀 현학적인 부분이 없어 술술 읽힌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 부모는 별로 없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그런 걱정보다는 아이가 생각하는 부부 사이는 어떤지, 아이가 부모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