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표현이 나오면 언제나 함께 언급되는 이름이지만 정작 작품으로 만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한 작가 중 하나인 것 같다.
저자의 대표작들은 대체로 장편들이지만 그 두께도 그렇고, 방대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악명(?)이 워낙 높아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데, 이번에 그의 대표적인 단편들을 모은 책이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300페이지가 넘지 않는 가벼운 분량에 '백야', '남의 아내와 침대 및 사나이', '첫사랑' 등 총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세 작품 모두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나, 특이하게도 세 작품의 분위기가 정말 확연하게 다르다.
첫 작품인 '백야'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읽는 과정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러시아 고전 문학이 가진 장황한 문체에 대한 인지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 정도가 굉장히 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스토리라인도 단순하고, 내용의 대부분도 남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히려 그 점이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실제로 사람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내용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 작품과의 만남에서 힘을 잔뜩 빼버려 기진맥진하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갔는데, 두 번째 작품은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제목만 보더라도 매우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라는 점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겠지만, 문체나 이야기의 흐름까지도 같은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쓴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첫 작품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내용상으로도 의처증이 있는 아내의 뒤를 캐면서도 사회적 체면을 지키려고 애쓰는 한 남성이 보여주는 좌충우돌 코미디여서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된다.
상황적으로 안타깝기도 하면서, 보이는 태도로 보면 그저 어처구니없기만 한 상황을 잘 만들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성 수치심마저 자극할 정도였다.
(다만 작품 속 두 에피소드가 살짝 어색하게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 검색해 보니 본래 두 작품이었던 것을 하나로 합친 것이라 한다.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작품을 접할 예정이라면 참고하기 바란다.)
마지막 작품인 '첫사랑'의 경우 해당 제목으로는 검색이 잘되지 않는데, 국내에는 '어린 영웅' 혹은 '꼬마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 모양이다.
내용상으로는 두 제목 모두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1살의 어린 소년이 한 부인에게 반한 뒤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굉장히 따뜻한 감성의 작품이어서 앞의 두 작품과 뚜렷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본 책의 수록작 중 가장 재미도 있었고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