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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벽한 날 ㅣ 워프 시리즈 12
아이라 레빈 지음, 김승욱 옮김 / 허블 / 2026년 4월
평점 :
-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믿고 읽는 워프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책으로 199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시리즈 전체가 다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던 데다 SF의 영원한 단짝 키워드라 할 수 있는 AI와 디스토피아가 결합된 이야기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은 그 위대한 '1984'의 세계처럼 모든 사람들이 매우 균질화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
물론 그러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세부적인 설정들은 매우 다르다.
일단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사회라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유니콤프'라 불리는 AI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 순응적인 성격을 갖게 만드는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매우 자발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감시를 도와주는(?)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해당 약물의 유효 기간이 대략 한 달 정도로 묘사되는데, 이 시점이 되면 슬슬 제정신이 돌아오려는 부작용(!)이 있어 주기적으로 약을 투여받아야 하며, 이 시점보다 빨리 약발이 떨어져 이상 행동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이 '병이 든 것 같다며' 어서 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권함으로써 체제가 유지된다.
인간의 출산은 물론 직업의 선택, 여행의 시기와 위치까지 AI가 계산한 최적의 상태로만 지정이 되지만,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기 전보다는 식사나 위생 측면에서 더 나은 삶이라는 인식이 해당 시스템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당연히 이러한 획일성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테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사람들이 AI와 물질적 풍요를 통한 구성원의 복종이라는 무기를 가진 거대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사회에서 추구하는 제1의 가치는 바로 통합이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굶주림과 질병이 없는 세상이라 하면 얼핏 유토피아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나 질투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역시 인간이 가진 본성의 일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감정들을 거세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유토피아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다 읽은 후의 소감은 역시나 매우 재미있었다.
취향 상 싫어할 수가 없는 소재들의 조합이라 세계관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세계관을 지탱하는 설정들도 상세한 편이라 작품 속 세계에 금세 녹아들 수 있었다.
모종의 해결책을 찾아내나 싶으면 엎어지고, 찾아내나 싶으면 엎어지는 등 줄거리나 전개도 탄탄해서 400페이지 후반으로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데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후반부에 나름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끝까지 흥미를 잃을 수 있었다.
저자가 생전에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은 아님에도 하나하나가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영화화된 작품도 꽤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영상화가 된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
역시 읽은 후 재미가 없었던 적이 없는 워프 시리즈답게 이번 책 역시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훌륭한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소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