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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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칼 세이건의 역작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에 이끌렸다.

저자가 누구길래 감히 전설과도 같은 그 책을 뛰어넘을 생각을 했을까 싶을 텐데, 사실 원제는 '우주의 개략적인 역사와 그 속의 우리의 위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고 책 제목은 국내 출판사에서 만든 모양이다.

어찌 됐든 원제보다는 흥미로워 보이고, 책의 주제인 우주 이야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입자 물리학자이자 암흑물질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 덕분에 이 책은 우주 이야기를 빅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기 시작했는지부터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세계관에서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고전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현재의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과학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거나, 복잡함 속에서 대칭을 발견하거나,

자연 세계의 눈부신 다양성 아래 숨어 있는 통일성을 찾아내려는 이러한 충동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내재된 것이다.

이 성향은 이후 모든 과학적 탐구의 근본이 되어왔다.

(pg 108)

물질의 구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던 인류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우주의 스케일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지구의 강력한 중력에 얽매여 있는 우리는 직접 우주에 나가 우리 주변의 별과 은하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직접 가서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미시 세계를 연구한 우리는 까마득하게 먼 천체들의 거리와 구성 성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알아낸 지식들은 우리가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를 자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연은 수없이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섰다.

어쩌면 자연이 품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pg 154-155)

우주를 연구하는 목적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이유를 찾자면, 이토록 넓은 우주에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의 다른 생명체가 진짜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우리와 비슷한 생명체라면 응당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탄생했을 것이므로 골디락스 존이라고 불리는 범위 위주로 찾았었는데, 현재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탐색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로키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구성 물질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비중 있게 연구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처럼 탄소 기반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보다 개별 천체들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 물질과 대사 체계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우리와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정말 미생물 수준의 단순한 생명이라도 좋으니 지구 외의 천체에서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는 날을 보게 되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천체를 찾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고갈되는 지구의 자원 문제, 매년 심화되는 환경 및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일 텐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런 노력을 지구 환경 보존에 쓰면 좋겠다 싶기는 하다.

하지만 SF 작품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구 외의 천체에서 살아갈 인류를 상상해 보는 일이 너무도 흥미롭고 설레는 일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 행성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이곳에서 생을 시작했고

또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지구에 등장했다 소멸한 수많은 생명체들 그리고 우리 이전의 무수한 세대의 인간들

모두가 이 세계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곳에서 죽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기 시작했다.

(pg 280)

원제에 충실하게 어려운 수식 없이 개략적으로 인류가 우주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어서 과학 교양서를 처음 접한다면 꽤 알찬 느낌을 받을 것이고, 이미 해당 분야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흐름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정보의 양과 질이 매우 좋아서 과학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능적으로 관계를 갈망하는 사회적 종인 우리에게 이 거대한 우주에서

홀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이런 가능성은 우리 존재의 의미를 한층 더 심오하게 만든다.

생명이라는 실험이 우주 어딘가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아는 한 그렇다), 지구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그 자체로

지대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설령 우리가 혼자가 아니더라도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거의 틀림없이 어디에도 견줄 만한 사례가 없을 것이다.

(pg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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