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작품을 여럿 발표한 작가인데 이제서야 만나보게 되었다.
여러 작품 중 가장 최근작부터 읽어보자 싶어 골랐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마인드 업로딩이다.
말 그대로 정신은 '롤라'라고 불리는 가상 세계로 옮기고 몸은 처분하는데, 업로딩할 때의 기억과 신체 정보도 그대로 업로딩 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서 결핍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인 '경주'와 '해상', 두 사람은 롤라 속에서 만나게 된다.
중반부까지 그들이 롤라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를 다루고, 후반부에 가면 롤라에 오고 난 뒤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전체적인 비중은 롤라에 오기 전이 더 크다.
따라서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SF적인 소재를 다루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팍팍한 삶 속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투쟁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경주는 어릴 때부터 가난 속에서 자랐고 하나뿐인 동생이 폐인처럼 지내자 내쫓아버리는데, 결국 동생이 주검으로 돌아오고 만 상처를 안고 있다.
해상은 좋은 집안에서 공부하며 자랐지만 유전적으로 루게릭 병을 앓아 일찍 삶을 마감할 처지에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과거는 '제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 점으로 엮이게 된다.
작품을 꿰뚫는 감정적인 측면은 역경으로 인한 체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이 너무도 큰 시련을 만나면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 시점을 버텨내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또 인간이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의 심경도 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