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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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매우 좋아했던 저자의 책을 최근에 두 권 읽고 저자가 더욱 좋아졌는데, 운이 좋게도 그의 첫 에세이집을 나오자마자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지만 서두에서 가장 집필이 어려웠던 책으로 이 책을 꼽고 있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펼쳐놓지만, 개인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에세이 형식 앞에서는 적잖이 부담이 된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부담과는 별개로 상당히 재미있어서 책을 받은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 읽었다.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답게 자신의 연구 주제와 삶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주 연구주제가 우리 은하 밖 먼 은하들의 상호작용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천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지구의 중력과 냉혹한 우주 환경이라는 거대한 장애물 앞에서 제한된 관측이라는 행위를 통해 행해지다 보니 머나먼 은하를 관찰하는 데 있어서 우리 은하 자체가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은하가 미워 보이기도 한다는 고백부터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하고 미워한다면,

그건 우리의 시선이 올바른 방향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pg 38)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류라는 존재가 매우 작지도, 매우 크지도 않은 스케일의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애매한 사이즈로 탄생했기 때문에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해 아주 미시적인 세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천문학을 통해 아주 커다란 세계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메조 코스모스'다. 원래 우린 어중간한 존재로 태어났다.

우주가 우리에게 쥐여준 이 어중간함이라는 행운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우주를 서로에게 강요하며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pg 52)

저자 역시 많은 사회적 역할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은 부정할 수 없이 과학자일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천문학자를 꿈꿨고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이 그 꿈을 이뤄왔다고 한다.

저자가 일곱 살이나 어린데도 존경스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지점이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과학자를 꿈꾼 저자에게 영감을 준 많은 과학자들의 삶도 소개하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로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던 시기, '할로 섀플리'라는 천문학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에드윈 허블'이 우리 은하가 유일한 은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편지가 나의 우주를 파괴했다."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나는 이 문장이 천문학뿐 아니라, 과학, 아니,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스스로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한 가장 멋진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pg 62)

과학이 다른 학문과 가장 중요하게 차이가 나는 지점이 이 지점인 것 같다.

지금까지 사실이라 믿어왔던 것이 사실이 아님을 가리키는 데이터가 나타날 경우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태도 말이다.

특히 천문학의 경우 인류 전체가 밝혀낸 것을 다 합쳐도 아직 모르는 부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가야 할 길이 먼 학문이지만 당장의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저자 역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자조적으로 뽑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나 넓고 광활하면서도 텅 빈 우주가 이렇게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영원히 모른 채 살아가기에는 인류가 가진 호기심이 너무도 큰 것 같다.

경제성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회인지라 그와 같은 학자들이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쳐보기에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따르겠지만, 대중과 함께 소통하며 과학의 저변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학자이므로 그의 노력에 감응하는 학문 후속 세대들이 계속해서 탄생할 수만 있다면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인간은 건방지다.

바다로 나아가기 전까지 망망대해는 두려움과 꿈이 가득한 신비의 세계였다.

하늘을 날기 전까지, 하늘은 몽상가들의 꿈이 펼쳐지는 무대였다.

하지만 바다와 하늘을 마음껏 누비는 시대가 도래하자 인류는 오히려 실망했다.

배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만 기다리며 지루해한다.

이제 겨우 태양계 행성 몇 개 돌아다는 주제에 우주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pg 148)

200페이지가 살짝 넘는 다소 얇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라는 측면 하나만으로도 문학 작품이 계속해서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저자의 과학 이야기도 전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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