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젠트 워프 시리즈 9
그렉 베어 지음, 유소영 옮김 / 허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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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이전에 한 SF 단편소설집에서 접한 적 있었던 그렉 베어의 단편집이다.

총 아홉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표제작인 '탄젠트'는 이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그 외에는 모두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SF의 주옥같은 작품들만 골라 발행하고 있는 워프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기도 해서 기대가 컸다.

시작을 여는 '블러드 뮤직'이라는 작품은 나노기술이 최초로 등장한 SF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나노 머신'이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개별적으로 사고가 가능하면서도 군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 세포가 등장한다.

이 세포의 개발자가 자신의 신체에 이 세포를 주입하게 되는데, 그러자 자신의 신체 모든 기능을 그 세포들이 대체해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식마저 잠식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다소 섬뜩한 작품이다.

이 작품처럼 저자의 SF 작품들은 꽤나 하드한 편이다.

'슈뢰딩거의 전염병'은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물리학자의 판단이 필요하겠으나, 표면적으로는 양자역학의 중첩 개념을 언어 그대로 받아들인 사고 실험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길은 어디로도 향하지 않는다'라는 작품 역시 분위기는 마치 판타지 작품 같지만 그 안에는 일부 학자가 주장하는 시간이라는 것도 우리의 사고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실제로는 인과관계만 존재할 뿐이라는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전혀 SF가 아닌 판타지 작품도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죽은 자의 길'과 후반부의 '슬립사이드 이야기'로 전자는 이승과 저승, 후자는 마법과 마녀라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소재의 작품들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과의 결이 조금 다르므로 읽기 전에 판타지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덜 당황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추천하라면 주저하지 않고 '자매들'을 선택할 것 같다.

유전자 조작이 유행을 타면서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은 유전자 조작 없이 태어나 다른 아이들보다 못생겼다고 느끼는 한 여자아이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초반에는 이 부분이 열등감의 원천이었지만, 후반부로 가면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유전자 조작이 없었다는 점이 우월함의 원천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 상황에서 자신을 놀려온 다른 아이들에게 우월감을 느끼기보다는 인류애를 선택함으로써 굉장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이 실수를 했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지만 여러분의 존재 자체는 실수가 아닙니다. - 중략 -

우리는 많은 면에서 서로 다르지만,

나는 이 말을 들려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중략 -

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매우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잊지 마세요. 그걸 위해 우리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잊지 마세요.

(pg 209)

표제작도 이미 봤던 작품이고 기대를 많이 했던 터라 그런지 수록작 모두가 재미있었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재미있는 작품들은 굉장히 재미있어서 작품마다 편차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국문으로 읽으려면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저자의 단편이 어떤 느낌인지는 잘 경험한 것 같아서 호흡이 좀 긴 작품들도 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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