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 작품의 재미 요소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단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 놓인 그들의 처지 그 자체가 있을 수 있겠다.
출근, 근무, 퇴근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고, 상대의 몸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마저 재활용해 내가 호흡할 때 써야만 하는 공간에서 무려 아홉 달을 생활해야 한다.
게다가 중력이 약해 갈수록 몸이 약해지며 24시간 안에 지구를 16바퀴나 돌아야 하니 낮과 밤도 수시로 바뀌기에 태양의 존재를 기준으로 생활하던 생체 시계도 모두 고장이 난다.
지상으로부터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거대한 태풍의 성장을 관찰하지만 그 태풍에 휩쓸려갈지 모르는 어느 어부 가족을 막연하게 떠올리며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수없이 지구를 돌며 저 아래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지만 너무 빨리, 너무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한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서로의 존재는 가족 그 이상으로 변하게 된다.
공통점이 극히 드문 개인들이지만 좋든 싫든 그 사람의 타액이 곧 내 타액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공간에서 함께 먹고 같은 영화를 보다 같이 잠드는 생활을 하다 보면 대화로 나누는 것 이상으로 서로에게 동화되기 마련인가 보다.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 지구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다.
거대하고도 아름답고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 행성, 태초부터 우리를 품어왔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구석구석을 갉아먹고 있는 바로 이 행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