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e북으로 읽었으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 발췌문에 페이지는 생략함)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장편 혹은 논픽션 작가라고 평한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단편도 못지않은 인상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역시 저자의 단편집 중 하나로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다.
총 21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책인데 21작품이나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감이 올 것 같은데, 각각의 작품 길이는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장르도 SF에서 판타지까지 저자가 시도한 바 있는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는 것 같다.
수록작 중 제목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재미난 작품이 제목에 '종말'이 들어간 다섯 작품들이다.
연작 형식을 띄면서 각 테마별로 띄엄띄엄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한 세계를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지구에 문명은 물론 모든 생명이 소멸할 정도의 소행성이 충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이를 피할 방법은 우주선을 건조해 총 5천 명이 다른 생명체 유전자를 가지고 우주로 탈출하는 것뿐이라는 배경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당연히 그 5천 명의 선발을 두고 끊임없는 갈등이 일어난다.
5천 명에 선발된 사람들, 선발되지 못해 폭동에 나서는 사람들, 폭동을 막는 사람들, 결국 탈출에 성공하는 사람들, 지구에 남기로 결정한 사람들 등 여러 사람들의 시각에서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어떻게 될지를 관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진짜 종말이 다가온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전망이 꽤나 현실적인 결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은혜 갚은 까치'라는 전래동화를 까치 새끼 입장에서 풀어낸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은혜'라는 개념 자체가 자연에는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우리는 은혜를 입으면 어떻게든 갚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고, 은혜를 잊은 사람은 '짐승만도 못하다'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 만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다른 책에 수록되었던 작품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리 길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마법과 악마가 등장하는 판타지부터 좀비 이야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저자를 좋아한다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읽기에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