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양자역학 -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아야 할
프랑크 베르스트라테.셀린 브뢰카에르트 지음, 최진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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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SF 작품들을 좋아하다 보니 양자역학이 알고 싶었고, 비전공자로서 양자역학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과학 교양서 읽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양자역학 교양서를 몇 권이나 읽었을지 정확히 세려 보진 않았지만 대략 스무 권은 족히 될 것 같다.

구체적인 순서를 정해놓고 읽은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독서도 솔직히 콩나물시루에 물 주듯이 읽고 나면 뭔 소린가 싶고 돌아서면 잊어버려 아주 일부분만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용어나 논리가 조금씩 쌓이는 것 같기는 하다.

이 책 역시 그런 독서 과정의 일환이었다.

제목에는 '최소한'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어려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읽을 만했고, 새롭게 배운 것들도 많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자역학 교양서를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는데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의문점이 바로 '과연 양자역학은 얼마나 작은 대상부터 적용해야 하는 것인가?'였다.

큰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고전 물리학과 아주 작은 물질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양자역학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었는데, 그 분기점이 어디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핵심은 '원자 한 개는 되고, 분자 열 개부터는 안된다'의 수준이 아니라 드브로이 파장이라는 것을 구할 수 있고, 각 입자들 간의 거리가 그 파장보다 기냐 짧으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양자역학을 적용해야 하는 경우는, 입자의 파장이 매우 작아져서 고전 물리학적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을 때이다. - 중략 -

요약하자면, 입자들 사이의 평균 거리가 각 입자의 파장(드브로이 파장)보다 작을 때,

그것들의 파동 묶음이 서로 겹친다.

입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간섭을 일으키는데,

그러면 이것이 양자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입자 간의 거리가 그 파장보다 충분히 크다면,

뉴턴의 고전 물리학이 우리를 도와주며, 그때는 양자가 필요 없다.

(pg 106-107)

여기서 결정적 요소는 슬릿 사이의 거리다.

이 거리가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보다 작으면 전자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슬릿 사이의 거리가 훨씬 크면 입자처럼 행동한다.

요약하자면, 입자와 파동의 차이는 바로 드브로이 파장에 달려 있다.

(pg 111)

또한 양자역학에 있어서 관찰자의 존재 자체가 고전 물리학과의 차이를 만든다는 지점도 새로운 시각이었다.

물론 측정이 양자의 파동함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고전 물리학과 철학적인 구분 기준이 된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양자역학의 맥락성은 고전 물리학과의 엄청난 단절을 의미한다.

우리가 시스템을 관찰할 때, 관찰자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다.

측정 결과는 다른 모든 측정에 의존하며, 객관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이는 완전히 우리가 어떻게 측정하고 바라보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관찰 행위가 측정에 불가피하게 미치는 영향의 결과다.

(pg 183)

책 제목에 걸맞게 양자역학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알아야 할 정보들이 양자역학의 태동부터 시작해 현재의 양자 컴퓨터 개발 현황에 이르기까지 꽤나 방대하게 수록되어 있다.

수식이 종종 나오기는 하나, 수식을 뜯어보지 않아도 전체적인 이해에 지장이 가지는 않을 수준이었고, 설명도 친절한 편이었다.

이 책만의 특장점이라면 저자 둘이 부부인데, 남편은 물리학자고 아내가 무려 언어학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물리학자의 수준에서 쓴 글을 언어학자가 일반인 수준으로 번역하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해 언어적 장벽을 두 번 넘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다른 양자역학 교양서들과 비교하면 제법 쉬운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과학 교양서를 계속 읽게 될 것 같아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양자역학을 알고 싶은데 책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이 책을 권할 것 같다.

한 권으로 양자역학의 역사와 현황을 훑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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