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올해로 출간된 지 10년을 맞은 작품인데 근래 리커버가 나올 정도로 아직 인기가 많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식인 행위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는데, 도서관에 들렀다 아직도 대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읽어보게 되었다.
오래되기도 했고 인기도 많은 작품이기에 스포일러 걱정 없이 줄거리와 감상을 섞어보려 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작품은 '구'와 '담'이라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태초부터 반으로 나뉘었던 두 톱니바퀴가 서로를 찾듯이 외롭게 세상에 내던져진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본능처럼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부모도 모른 채 할아버지와 살던 담은 할아버지 사후 누군지도 몰랐던 이모와 함께 살게 되고, 구는 부모가 사채까지 박박 긁어 빚을 내버린 탓에 어릴 때부터 언제 어떻게 썼는지도 모를 빚을 안고 살게 된다.
서로의 반쪽을 굉장히 어린 나이에 찾았지만,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계층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온전하게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꿈을 꾸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혹독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은 역시나 누군가의 죽음이다.
그리 길지 않은 작품이고 담과 구 모두 주변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어릴 적부터 외로움에 방치되다시피 한 인물들임에도 그들은 아프고 쓰린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담은 시작부터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고, 자신을 희생해 담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이모도 떠나보낸다.
구는 작품 시작부터 죽음이 예정되어 있기에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또한 담과 구는 함께 지내던 한 소년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사회적 존재이기에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타인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작품 초반부터 죽음이 예고된 구와 구의 시신을 마주한 담에게 죽음이란 곧 존재 자체의 부정과도 같았다.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지만, 사회 밑바닥을 전전했던 구는 이름은커녕 그의 가죽조차 돈으로 바꿔 먹을 사람들이 있기에 남길 것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