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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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읽을 땐 재미있는데 읽고 나면 금방 휘발되는 것 같아 요즘 조금 등한시했던 저자인데, 최근에 나온 이 작품은 인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길래 더 늦기 전에 읽어보게 되었다.

역시나 범죄가 일어나고 이를 해결하는 '고다이 쓰토무'라는 형사가 등장한다.

저자의 다른 작품에 나왔었다고 하는데 본격적인 활약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고 한다.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핵심인 작품이므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라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저자의 기존 범죄물과는 결이 살짝 다르다는 점만 언급하고 싶다.

저자의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는 독자들이 찾아내야 하는 진상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건에 담긴 트릭의 비밀, 진범의 정체 혹은 사건을 일으킨 동기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찾아야만 한다.

사건 자체도 위장되어 있고, 의심스러운 사람도 비교적 일찍 발견되나 진범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아쉬우며 범행의 동기는 후반부까지도 베일에 감춰져 있다.

저자가 준 힌트이므로 하나만 언급하면,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를 고민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 읽고서는 역시 저자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지만 주말 내 다 읽었을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준다.

게다가 진상에 접근하는 과정이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겹겹이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활약하는 형사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그의 작품 속 형사 내지는 탐정들이 남들과는 다른, 유별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면 이 작품 속 형사는 그저 조금 더 성실하고 살짝 더 똑똑한 정도의 캐릭터로 묘사된다.

주변 다른 경찰들도 꽤 유능해서 도움도 많이 받는 편이고 핵심적인 정보들도 형사의 특출난 직관이나 추리보다는 각 인물들의 증언과 정황에서 나온다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진상이 밝혀지고 나면 꽤나 충격적인 스토리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자체가 너무 강력한 스포일러라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어쨌든 모든 인간관계가 '호불호'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 가능한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저자의 상상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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