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 죽음 이후 남겨진 몸의 새로운 삶
메리 로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지만 그럼에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죽음이라는 것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시체'나 '사체', '시신'과 같은 단어들은 되도록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은 육신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리가 죽은 육신을 통해 어떤 과학적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취재한 결과물이다.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이 상당한 재미를 준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재미 삼아 해마다 연말이 되면 그 해에 읽었던 책 중 재미있었던 책들을 몇 권씩 선정해 보고는 하는데 이 책이 올해의 목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강력한 확신이 든다.

'사체의 사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역시나 의학적인 목적의 해부실습이나 장기 이식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 역시 의대에서 활용되는 카데바부터 시작하고 있다.

카데바는 의학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나 가족의 시신을 기꺼이 기증한 결과물이므로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사용 후에도 기증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한 의과대학에서 해부 실습에 사용된 시신들을 기리는 행사에서 한 여학생이 남긴 인사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글만 읽으면 다소 섬뜩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누가 한 말인지를 떠올리면 꽤나 애틋하게 느껴질 것이다.

해부학 도감의 그림에는 손톱의 매니큐어가 나와 있지 않답니다. 색깔은 당신이 골랐나요? 그 매니큐어를 제가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신의 손 안에 대해 말해 주고 싶었답니다.

제가 환자를 볼 때마다 언제나 당신이 거기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길 바라요.

복부를 진찰할 때에는 당신의 장기를 떠올릴 거예요.

그리고 심장 박동을 들을 때에는 당신의 심장을 손에 들고 있던 기억을 떠올릴 거고요.

(pg 46-47)

물론 이렇게 사체에 예우를 갖추기 시작한 것도 기나긴 시신 활용의 역사 속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인체를 연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의사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체를 손에 넣었다.

심지어는 몰래 무덤을 파내 의사들에게 파는 행위로 생계를 이어가는 계층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사체가 부족한 까닭에 시체를 파내려는 해부학자들과 시체를 파내지 못하게 하려는 대중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세태가

거의 한 세기 동안이나 이어졌다.

대체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은 가난한 계층이었다.

(pg 61)

사체의 활용은 의학적인 목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의 안전성 개선과 같은 산업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범죄를 더 잘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우리가 생을 마감한 후 어떻게 하면 지구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사체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역시 매장 문화에서 지금은 화장 문화로 완전히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좁은 나라에서 이 정도의 변화도 상당한 발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에서 사체를 보다 환경에 덜 해로운 방식으로, 심지어는 사체를 자연에 온전히 돌려보내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며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의 신체 역시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훌륭한 비료가 될 수 있다.

이런 물질들을 그저 태워 없애기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해가며 대기를 오염시킬 이유가 딱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인만큼 다시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관념의 동물인지라 종교적인 이유,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아직은 유족들이 이러한 방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수목장도 결국은 화장 후에 하는 것인지라 오염물질의 발생은 물론이고 유기물질의 순환 측면에서도 아주 자연친화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꽤나 실리적이기 때문에 화장을 굳이 하지 않고서도 수목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심지어 그 방법이 화장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저렴하다면 이를 선택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마사크와 마찬가지로 그는 가족들이 심은 나무가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흡수하면 살아 있는 기념물이 된다는 구상을 하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과학으로서는 이게 부활에 최대한 근접하는 겁니다."

(pg 352)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사체가 인류의 발전 혹은 지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꽤 많다.

저자 역시 자신이 죽은 뒤에는 소개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처리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까지는 밝히지 않을 생각이므로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물론 사체의 처리는 온전히 유족의 희망에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저자도 동의하고 있으므로 너무 거부감을 갖지는 않아도 좋겠다.

전체적으로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과학 이야기지만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과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 취재한 바를 쓴 글이라 전혀 현학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사체라는 주제를 이렇게 유쾌하게 다루어도 괜찮은 걸까 싶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서 읽다가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꽤 많았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해야 하고, 또 자신도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기에 죽은 뒤 내 육신이 어떻게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