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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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때 남녀 간의 성향 차이를 비롯한 개인의 특성 차이들이 강력한 사회화의 증거라는 이론이 득세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학을 비롯한 생물학 전반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그러한 주장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생각보다 타고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충실하게 이 책 역시 우리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과학 교양서다.

저자는 초반부터 우리가 '유전적으로 타고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유전의 양상이 과학적인 사실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부터 짚고 넘어간다.

예를 들어 쌍꺼풀이 없는 부모에게서 쌍꺼풀이 없는 아이가 태어났다면, 우리는 눈의 생김새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정해져 있어서 이것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유전자가 그렇게 개별 형질에 일대일로 대응되어 전달되는 경우는 눈 색깔처럼 비교적 단순한 외형적 특징에나 적용되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하며, 뇌처럼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관은 특정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의 수도 많고 그 유전자들의 작동 방식 역시 굉장히 복잡하다고 한다.

유전체는 오히려 조리법이나 실험 프로토콜에 가깝다.

절차를 충실히 따라가면 인간의 뇌를 지닌 인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조리법이 상세하더라도 시행할 때마다 결과물에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완전히 똑같은 케이크를 두 번은 구울 수 없듯이 말이다.

(pg 99)

또한 돌연변이의 발생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유성생식을 하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다.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다면 유전자에 결함이 없는 완벽한 자기 복사본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이 번성하는 이유는 이 방식이 가진 절대적인 이익 때문이다.

즉 주변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상태에서는 상대와 유전자를 결합할 때 발생하는 돌연변이들이 오히려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뇌는 태어난 후 일정 기간 성장할 때까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러한 뇌 가소성은 주변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기에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뇌의 구조가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집,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시선이 향하는 방향, 듣는 소리, 상호작용하는 타인 등 자극의 종류가 완벽히 겹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우리의 클론을 100개 만들면 그 100개가 다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키 17'처럼 복제인간을 다룬 SF 영화에서도 클론들의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 성격과 같은 특성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특정한 유전자가 유전된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어떠한 특징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닐 가능성이 높고, 또한 그 유전자의 발현 정도도 개체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성격이나 지능과 같은 특징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유전되는 경향은 분명하지만, 각각이 발현되는 정도나 방향성은 개체마다 다르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전체에 부호화된 프로그램은 발달 규칙만을 명시할 뿐 구체적인 결과를 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변이가 많을수록 결과의 다양성도 커진다.

어떠한 유전자형이라도 다양한 잠재적 결과를 지닐 수 있지만,

그중 실제로 실현되는 것은 단 하나다.

바로 세상에 하나뿐인 고유한 개인이다.

(pg 382)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가 유전학의 발달을 통해 기대했던 의학 분야에서의 혁신이 아직까지 상용화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전까지는 특정한 돌연변이가 곧 특정한 질환이나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돌연변이의 보유 여부가 특정 질환이나 증상으로 곧장 연결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만약 단일한 유전자가 중증 질환을 유발한다면, 해당 개체는 성 선택에서 배제될 확률이 높으므로 그 유전자가 자식 세대로 이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개체들에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돌연변이들이 유전될 확률이 높을 것이고, 이는 질병 연구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보통은 해당 돌연변이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있어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한 방향으로 살짝만 유도하는 돌연변이일지라도 다른 유전자의 영향으로 그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부모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약 70개의

신생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발생하는 데다 우리의 DNA 가운데 실제 유전자는

약 3%에 불과하므로, 대부분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신생 돌연변이 수는 평균적으로 1개 정도이다.

그러나 운이 나쁘면 그 하나의 돌연변이가 정상적인 뇌 발달이나 기능을 위해

2개의 복사본이 모두 필요한 수천 개 유전자 중 하나에 발생할 수 있다.

(pg 350)

즉, 우리가 가진 창발성이라는 특징은 우리의 선천적 질병에도 적용된다.

누구나 돌연변이를 가지지만 그 돌연변이들의 상호작용이 천재적인 공감각을 만들기도 하고, 자폐나 ADHD와 같은 장애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특정 질환들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목록을 전부 알아냈다 하더라도 그 전부를 제거함으로써 그 질병이 아예 발생하지 않게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아직은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정신질환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뇌의 작동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 논의가 자칫하면 새로운 우생학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고려가 지금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보의 양이 매우 많은 책이다.

참고 자료 목록을 제외하면 400페이지 정도의 두께인데 모든 장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많고 내용 자체도 어려운 편이어서 읽은 뒤에 잊어버리는 내용도 많지만, 읽는 동안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은 정말 많았다. (아버지 쪽 생식 세포의 나이가 젊을수록 아이의 돌연변이 발생 확률이 낮다는 유용한 정보도 습득할 수 있었다.)

약간의 도전의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밝혀낸 '유전'이라는 것을 한 권으로 맛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누군가는 세상을 쉽게 헤쳐 나간다.

그러나 다른 이는 세상에 적응하고,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거나

정신을 붙들고 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차이를 부정한 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인간 본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이기를 넘어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

(pg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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