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년 전부터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끝내 손이 가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각 잡고 읽어보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출시된 판본도 많은데 이번 책은 표제작을 포함해 총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작품들 모두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오래된 작품이지만 읽기에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첫 포문을 여는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필경사 바틀비'다.
이 작품과 마지막 수록작인 '빌리 버드'는 비슷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데 재미나게도 등장인물의 성격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바틀비'가 자신의 생존마저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사회성이 극도로 없는, 그래서 그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 '빌리 버드'는 호감형 외모에 선천적인 선함을 가진, 그래서 세상 물정을 좀 모르는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마저 갖추어 누구나 좋아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고 또 누군가에게 이용당해야만 하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바틀비'는 스스로 소외의 길을 걸으며 식사마저 거부한 채 죽음을 택하고, '빌리 버드'는 그를 질투한 상관의 무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사형 선고를 받고 만다.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한 인간이 사회에서 발을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사회가 정해둔 규칙에 따라 결정될 뿐이라는 점을 두 작품은 잘 보여주고 있다.
위 두 작품이 길이가 꽤 긴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짧았던 나머지 세 작품의 감상이 더 좋았다.
특히 당시 엘리트 남성들의 평온한 만찬과 제지 공장에서 자신도 잃어버린 채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여성들의 고된 노동 현장을 비교한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처음 '총각들의 천국' 편만 읽었을 때는 '고작 밥 먹는 얘기를 뭘 이렇게 길게 썼나' 싶었는데 이후의 '처녀들의 지옥'을 읽고 나니 그 대비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