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럼에도, 나는 말했습니다 - 직장맘·대디 11인의 인터뷰집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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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낮은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구의 포화를 막기 위해 스스로 절멸을 택한다는 숭고한 이유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우리는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본능인 유전자 보전의 욕구마저 져버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또한 사회문제인지라 여러 원인들이 겹쳐진 결과이겠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유지할 수 없는 생계와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사회 구조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법적으로는 아이가 부모의 손길을 온전히 필요로 할 때 쉬었다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길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보는 계층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초석으로 서울특별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에서 발행한 인터뷰집이다.

출산 및 육아를 위한 휴가와 휴직이라는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그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 부당한 일들이 가감 없이 수록되어 있다.

대체인력에 대한 문제가 있었고, 제가 육아휴직 후 복직하면 선례가 강화되기 때문에

더 많은 여성 근로자의 요구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일반적으로 권고사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pg 18)

사용자 측에서 이러한 제도의 활용을 꺼려 한다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인터뷰에서도 '선례가 된다'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회사에서 상당한 저항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확실히 선례가 생기고 나면 그 이후에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선례가 된 사람들은 '총대를 멘 자'로서의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만 했다는 점이다.

제도의 실행이 기업에 강제된다면 이렇게 총대를 꼭 메야만 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또한 진짜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는 건 사용자들의 티 나는 태도뿐 아니라 같은 동료들의 은근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실제 인터뷰 사례에서도 여러 동료들이 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싫은 소리를 했던 사례를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쉬러 가니까 좋겠다. (pg 33)

왜 분란을 일으키냐. (pg 47)

앞으로 우리 회사 면접 볼 때 애 낳은 사람은 안 뽑아야겠다. (pg 125)

사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누군가가 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함으로 인해 나에게 추가적인 일이 떨어지는 것을 환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들은 설계할 때부터 기업에서 '편의를 봐줘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 '강제로 해야만 하는' 사안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어야 제도의 실행으로 인한 업무의 분담이 같은 동료들 간의 분쟁이 아닌 사용자의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육아 관련 정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지만 결혼과 출산이라는 것이 과반수를 겨우 넘길 정도의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사안이 된 지금, 이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의 정비나 정부의 감시 강화가 아닌 우리의 인식 개선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우리의 인식과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발간된 이 책은 알라딘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세를 위해 국가에서 보장해 준 제도를 활용하고 싶은데 예상되는 여러 장애물들이 걱정이라면 부담 없이 이 책을 다운로드해 읽어보기를 권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은 물론이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까지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소멸의 길에 들어선 나라에 딱히 애정도 없고, 외벌이라 휴직은 생각조차 못 하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이미 있는 제도의 실행은 당연시되는 사회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이은 후손을 낳고 키우는 것은 생명체가 지닌 가장 근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AI의 시대, 돌봄 노동이 곧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 다운 행동이기도 할 것이에 이 땅에도 안정적인 돌봄 노동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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