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어른의 과학 취향 1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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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과학자들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즐겨보다 보니 얼굴이 먼저 익숙해진 저자의 책이 나왔다.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소개를 보니 나와 비슷한 면이 꽤 많다.

일단 게임과 메탈을 좋아한다는 점도 놀라웠는데 술까지 좋아한다고 하니 기회가 닿는다면 저자와 친해지고 싶을 정도다.

이 책의 주제 역시 술이다.

인류가 농경 생활을 하기 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학설이 있을 정도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이 술이라는 물질을 통해 저자의 전공인 화학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술의 주요 성분인 에탄올은 당분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자연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부터 소개하고 있다.

물론 맛과 향이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지만, 단순히 알코올을 섭취하기 위해서라면 자연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류가 농사를 짓기 이전부터 술에 익숙해져 있었고, 술을 더 마시기 위해 농사를 지을 궁리를 했다는 가설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코올을 더 순수하게 만들기 위해 증류라는 기법이 탄생할 수 있었고, 물보다 물질을 더 잘 녹이는 알코올의 효과가 곧 약품이나 향수와 같은 물질의 개발로 이어졌다.

결국 술이라는 것을 얻기 위한 인류의 여정이 화학의 발전을 견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술과 관련된 여러 잡지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숙취에 대한 경험도 풍부한(?) 편인데 숙취의 발생 과정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물질들에 대한 정보가 특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술이라는 것을 무조건 찬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알코올은 중독성이 강한 발암물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해장술을 마시면서 마땅히 느껴야 할 숙취를 계속 지연시킨다거나, 술에 에너지 드링크를 섞어 다음 날의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쓰는 짓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잘 알려주고 있다.

특히 술도 일종의 '식품'이기 때문에 술을 만드는 것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저자에 따르면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탄소 발자국이 발생한다고 한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술 역시 원재료가 곡물이나 과일 등 1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량을 가공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부산물도 많이 발생하고 식량으로서의 효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스키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 산업이다.

알코올 1L를 생산하는 데 평균적으로 60MJ의 열에너지가 사용되며,

이를 환산한다면 무려 14.34kg의 TNT를 폭발시켰을 때의 에너지와 같다.

스코틀랜드 전체 에너지 소모량의 약 10%가 위스키 생산량에 사용되고 있다.

물 소모량 역시 어마어마하다. 곡물의 생산 과정은 제외하더라도 발효와

냉각 과정에 물이 대량으로 쓰이며, 특히 고품질의 물이 필요하다.

(pg 174)

게다가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놀라운 사실은 살이 찌면 알코올 대사량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경험적으로 덩치가 크면 대체로 술을 잘 마시는 것 같았는데 이게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면 덩치가 커지고, 덩치가 커지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그러면 덩치가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 외에도 잘 알려진 몇 가지 요인을 함께 고려한다면 알코올은 체지방 내에는

저장되지 않기에 체액 함량이 더 높은 근육량에 의존한다.

특별히 근육을 많이 성장시키지 않았다 해도 체중이 많이 나가면 몸을 지탱하기 위해

골격근량도 함께 높아진다.

결국 체중이나 근육량이 높으면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영향을 주는 대신

세포에 저장되어 취함에 저항하는 내구성이 커지는 것이다.

(pg 194)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소믈리에를 완벽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원재료의 산지와 숙성 방법, 증류의 정도 등 술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요소들을 구별해낼 수만 있다면 이러한 정보를 모두 입력한 AI가 사람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술을 구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점차 발전하는 AI가 과학의 여러 분야에 기여할 것이고 화학 역시 그중에 하나라는 분명한 사실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 소믈리에는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말자. 적어도 술을 마시는 것만큼은

인공지능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우세하다.

(pg 223)

이 책에 이어 '어른의 과학 취향'이라는 타이틀로 폭탄과 향정신성 물질에 관한 책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화학을 다루고 있지만 생소한 화학식을 외우지 않아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다음 책도 나오는 대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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