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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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연작소설로 기후 위기를 다룬 SF 작품이라는 소개가 끌려 읽게 되었다.

형식이 재미있는데, 분류로는 연작소설로 되어 있듯이 각각의 이야기가 나름의 인물과 사건, 결말을 가지고는 있지만 한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작품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한국인데, 특이한 점이라면 서두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기후 위기가 매우 심화된 세계라는 것이다.

밖의 기온은 뜨겁고 비도 더 많이, 더 오래 온다.

해수면이 상승해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해수에 잠긴 상태이고 그러다 보니 비가 오면 이동이 제한되거나 배를 이용해 이동해야 할 때도 많아진 세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아직 빈부격차는 남아있다.

작품 속 상류층은 당연히 해수면 상승에 전혀 피해를 받지 않지만, 그들은 작품 내에서 게임 속 NPC 만큼의 비중도 차지하지 않는다.

AI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도맡아 하고 있고, 가벼운 물건 배달도 드론이 하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거운 물건을 배달해 근근이 먹고사는 방법뿐이다.

그렇게 여자는 20년 동안 배운 기술보다 육체를 내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한 게 인체는 4억 5천만 년 동안 지구에서 생명이 진화해 온

결과물이니까, 고작 20년 깨작거린 기술보다 훨씬 대단한 게 당연했다.

인류 과학기술의 첨단이라는 원자력보다도 정체불명의 석유가

훨씬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pg 197)

이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은 배달업이나 신약 개발을 위한 마루타 같은 업종에 종사하며, 거주 환경 역시 열악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내야 한다.

물이 없는 곳으로의 이주를 위해서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한 세대 이상의 소득을 고스란히 저축해야만 하는, 어찌 보면 지금과 굉장히 다르면서도 또 비슷한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소개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정체불명의 생물 두 종이다.

첫 번째는 소라게인데, 바닷가에 가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생물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모종의 이유 때문에 크기도 거대해지고 지능도 높아진 것처럼 그려진다.

두 번째 생물은 '슈슈'라는 미지의 생물인데, 오염 물질 때문에 생긴 돌연변이인지 외계에서 온 생명체인지가 작품 속에서 속 시원히 밝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광합성을 하는 듯하며 군체 의식을 가져 마치 마블 영화 속 심비오트 같은 느낌을 주는 생물이다.

이 두 생물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작품을 끝까지 읽은 후에도 그런 연관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계가 있든 없든, 이들이 기후 위기라는 엄청난 재난에 직면해 근근이 살아가는 인류와 어떻게 섞이며 살아가게 되는지가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자연에 조화 따위는 없습니다. 모든 건 생존 투쟁일 따름이지요.

상대를 미워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습니다.

무릇 미움 없이 죽고 죽일 때 더 많이 죽이기 마련입니다.

(pg 108)

당연히 주제가 주제인지라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며, 기후 위기를 다룬 메시지 또한 가볍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품 안에 깔려있는 여러 설정들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해서 정통 SF라고 보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짧은 이야기들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너무도 현실적인 모습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정말이지 매력적이게 절망스러운 세계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발표한 작품의 수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라 금세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도 충분한 몰입도와 재미를 가져다준 작품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또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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