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일러스트 에디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정윤희 옮김 / 오렌지연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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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결혼을 하면서 아내가 가져왔던 짐 중에 이 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꽤 오랫동안 꽂혀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도무지 읽히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일러스트가 포함된 판본이 나왔다는 소식에 이 기회에 읽어보자 싶어 집어 들게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저자가 약 2년 정도를 월든이라는 호수 근처에 소박한 집을 지어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외딴곳에서 홀로 지내며 저자가 느낀 감상과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 계절에 따른 동식물의 변화 등 고독을 벗 삼아 자연 속에서 보낸 삶을 상세히 소개한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사람들마다 최첨단 컴퓨터를 손에 쥐고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나는 자연인이다'나 캠핑, 낚시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문화가 인간의 본성과 상충하는 느낌을 주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런 콘텐츠에 익숙해서인지 저자가 보냈던 자연 속에서의 삶이 그리 오래된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재미있었던 점은 저자가 중간중간 동양 사상, 특히 공자를 종종 인용하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깨달음이 노장사상에 훨씬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을 찬양하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는 노장사상의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다시 말해, 원시 시대의 인간은 하늘을 천막 삼아 살았고,

골짜기를 누비고 넓은 평원을 가로지르고 산꼭대기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허기가 지면 열매를 따서 배를 채우던 인간이 이제는 밭 가는 농부가 되었고,

나무 아래 은신처를 마련하고 잠을 청하던 인간이 이제는 집이라는 것을 소유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야외에서 밤을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지구에 자리를 잡으면서 하늘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pg 63)

간단히 말해, 우리가 소박하고 현명하게 살기로 마음먹는다면 이 땅에서 내 몸 하나 추스르며 사는 것은 고생이 아니라 오락이라고 경험을 통해 굳게 믿고 있는바이다. 소박함을 추구하며 사는 종족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 상대적으로 인위적인 생활에 비해 기분 전환을 위한 놀이처럼 느껴질 것이다. (pg 113)

또한 혼자 지내면서 자급자족을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동을 제외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색과 독서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 활동에 대한 찬미도 빼놓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활동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올바른 독서, 즉 참된 정신으로 참다운 책을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자

현대인들이 높이 평가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 입장에서는 녹록지 않은 운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선수가 참고 이겨내야 하는 고된 훈련이 필요하고,

올바른 독서라는 목적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을 평생 유지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pg 165)

나는 최대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함께 있다 보면 싫증이 나고 지루해지는 법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고독만큼 편한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pg 221)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단순한 삶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는 것 같다.

도심에 집을 사기 위해 아등바등 살면서 주말만 되면 집을 떠나 자연으로 나가는 역설은 주변에서 너무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연에 나가서도 계속해서 로그인 상태로 존재해야만 한다면 자연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찬미하는 삶은 물론 자연 속에서의 삶이기도 하지만, 욕구와 필요를 단순화한 삶이기도 하기에 사람마다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고독은 고독이 아니며,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나약한 부분도 나약함이 아니게 된다.

(pg 539)

물론 혹자는 저자가 살았던 당시의 세상이 지금과 너무도 달랐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저자 역시 누군가의 후원이 없었더라면 그런 삶을 살 수 없었다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살면 된다.

저자의 목소리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말에 따라 자신의 삶을 조금씩 바꿔가면 될 일일 것이다.

우리의 눈을 비추는 빛은 어둠과 다를 바 없다.

눈을 뜨고 깨어 있어야만 새벽이 찾아온다. 앞으로도 수많은 새벽이 남아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르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pg 555)

오래된 작품이라 문체가 요즘 스타일이 아니어서 역자가 갖은 노력을 다 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나,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는 점은 꼭 언급하고 싶다.

보기 좋은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부담을 덜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텍스트는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너무 지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100여 년 전을 살다 간 은둔자의 삶을 한번 들춰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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