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 편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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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언어학자이지만 사회 비판적 시각으로 더 유명한 노엄 촘스키의 대담집이다.

90이 넘은 지금도 활발하고 날카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비친 최근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대담집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기후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이 두 가지 주제가 전혀 별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이 현재 지구상 유일무이한 강대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권력을 잡은 지금, 세계 최강국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그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다.

지금 당장 창문만 열어 보아도 밖의 열기가 어떤지를 체감할 수 있는 지금, 기후 위기가 남의 일이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국제적으로는 이 위기에 발 벗고 나서는 곳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화석 연료와 군수 산업이라는 탄소 배출에 악영향을 주는 산업들이 호황을 누리게 만듦으로써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한 기후 위기와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에서 사회의 관심을 돌리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시민들의 관심과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책의 여러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강자들의 손에 쥐어진 도구처럼 그저 수동적인 관찰자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pg 53)

그가 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생명을 이용해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대리전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 등으로 미국 유일의 세계 질서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를 무력하게 만든 뒤 (우리를 포함한) 중국 주변국들을 포섭해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푸틴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해 유럽이 워싱턴 쪽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실현 가능했던 전쟁 회피의 기회를 놓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의 수혜자는 일반 시민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들, 즉 석유 가스 산업, 이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

방위산업체, 농업 분야의 대기업,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을 좌우하는 세력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증하는 수익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그 결과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밝은 전망'에 들떠 있는 셈이죠.

(pg 195-196)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더 큰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부 국가들이 인류의 문명 자체를 종결시킬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위와 같은 우려의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핵 전쟁이 절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평화란 곧 자국이 정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제각기 자국 중심의 평화 기준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그 틈에서 힘센 코끼리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처럼 존재할 뿐입니다.

(pg 258)

기후라는 크나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화에 기반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추세가 그러한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실 여기에는 수많은 권력과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만큼 해결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새롭게 발표하는 기후 전망이 늘 조금씩 더 어둡고 절망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곧 그의 의견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을 만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의견에 반박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제 40년을 조금 넘게 살아온 입장에서 볼 때에도 최근의 혹독한 더위와 스콜성 폭우, 참다랑어가 잡히는 바다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만큼 급격한 변화다.

이 추세라면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한국의 기후는 감히 예상하기도 두려울 정도다.

사실 지금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노엄 촘스키 외에도 수없이 많다.

다만 그 목소리들이 권력에 가닿지 않을 뿐이다.

주권을 가진 시민의 한 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의견들이 권력의 귀에도 흘러들어갈 수 있게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목소리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대담집인데다 주제가 최근의 이슈들이어서 그리 어렵다는 느낌 없이 술술 읽혔다.

그러면서도 인류의 미래와 이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국제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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