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전염병으로 인류는 멸망 직전까지 줄어들고 이틈을 노린 대기업들이 정치권력을 모두 독점하며 미래의 서울은 '뉴소울시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전작들을 모두 읽었던 입장에서 어떻게 대미를 장식할지 기대가 되어 이번 작품도 읽어보게 되었다.

당연히 기업인들에게 넘어간 도시가 정의로울 리 없으므로 세 작품 모두 디스토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책은 시간상으로 앞선 두 작품의 중간에 해당한다.

즉 시간상 순서는 사사기 - 리사이클러 - 쥐독 순이고, 발매 순서는 쥐독 - 사사기 - 리사이클러 순이다.

어떤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겠으나, 저자의 의도대로 발매되었을 터이니 발매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인 '리사이클러'는 죽은 사람의 신체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잡다하고 위험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일종의 생체 로봇이다.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재활용하는 것이어서 주어진 명령에만 복종할 뿐 별다른 의식이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은 이 리사이클러와 함께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고를 수습하는 직업을 가진 '동운'이라는 남자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초반에 동운은 자신이 췌장암 말기이며 남은 삶이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보받는다.

의사는 빨리 체념하고 리사이클러나 되라는 충고를 건네지만 동운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더 이어가려 발버둥 친다.

이미 앞선 두 작품을 통해 '뉴소울시티'를 지배하는 지배세력은 마인드 업로딩 방식으로 영생을 누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동운을 괴롭히는 건 그러한 혜택이 1구역을 살아가는 특권 계층에게만 돌아가고 2구역에 사는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특권 의식에 저항하는 세력이 나타나 끊임없이 사보타주를 이어가지만 죽음을 앞둔 동운에게는 그저 처리해야 할 귀찮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린 통조림이 아니다! 모두 고약한 악몽에서 깨어나라!

탐욕으로 가득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와라!

(pg 197)

하지만 동운은 1구역에서 있었던 화재를 진압하던 중 금속으로 된 케이스 하나를 몰래 숨기게 되었고, 그 안에 신체를 새롭게 재구조할 수 있는 불로초와 같은 약물이 들어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 약물을 얻고자 노력하는 동운과 체제 전복을 꿈꾸는 자들, 그리고 그들을 막고자 하는 정부 세력의 갈등이 작품 중후반의 이야기다.

저자의 작품을 모두 읽어보았다면 그 끝이 그다지 해피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그렇다.

당연히 시간 순서상 '쥐독'의 세계가 펼쳐져야 하므로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은 꽤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저자는 세 작품을 통해 기술을 독점한 자가 자본을 축적하고 정치권력까지 가지게 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소수의 지배계층은 영생과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 인간들은 정해진 기간을 노동으로 착취당하고 죽어가야 하는 비참한 미래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약 200페이지 중반으로 시리즈 중 가장 얇다.

그만큼 전개도 빨라서 금세 읽은 것 같다.

이 작품 내에서도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전작들을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읽고 나면 아무래도 이야기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무언가 완전히 끝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저자가 마음만 먹으면 동일한 세계관으로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더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의 말에서 이제 시나리오를 쓰는 삶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밝혔지만, 또 재미난 소재가 떠오르면 다시 '뉴소울시티'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