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전염병으로 인류는 멸망 직전까지 줄어들고 이틈을 노린 대기업들이 정치권력을 모두 독점하며 미래의 서울은 '뉴소울시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전작들을 모두 읽었던 입장에서 어떻게 대미를 장식할지 기대가 되어 이번 작품도 읽어보게 되었다.
당연히 기업인들에게 넘어간 도시가 정의로울 리 없으므로 세 작품 모두 디스토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 책은 시간상으로 앞선 두 작품의 중간에 해당한다.
즉 시간상 순서는 사사기 - 리사이클러 - 쥐독 순이고, 발매 순서는 쥐독 - 사사기 - 리사이클러 순이다.
어떤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겠으나, 저자의 의도대로 발매되었을 터이니 발매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인 '리사이클러'는 죽은 사람의 신체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잡다하고 위험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일종의 생체 로봇이다.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재활용하는 것이어서 주어진 명령에만 복종할 뿐 별다른 의식이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은 이 리사이클러와 함께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고를 수습하는 직업을 가진 '동운'이라는 남자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초반에 동운은 자신이 췌장암 말기이며 남은 삶이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보받는다.
의사는 빨리 체념하고 리사이클러나 되라는 충고를 건네지만 동운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더 이어가려 발버둥 친다.
이미 앞선 두 작품을 통해 '뉴소울시티'를 지배하는 지배세력은 마인드 업로딩 방식으로 영생을 누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동운을 괴롭히는 건 그러한 혜택이 1구역을 살아가는 특권 계층에게만 돌아가고 2구역에 사는 자신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특권 의식에 저항하는 세력이 나타나 끊임없이 사보타주를 이어가지만 죽음을 앞둔 동운에게는 그저 처리해야 할 귀찮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