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남을 혼내는 것을 멈추지 못할까? - 혼내는 사람, 혼내지 않는 사람을 혼내는 사회
무라나카 나오토 지음 / 도서출판 더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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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혼낼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혼이 나서 풀 죽어 있는 아이를 보면 또 마음이 아픈 것이 부모인지라 되도록이면 혼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쑥불쑥 혼을 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 될 것만 같았다.

저자는 '혼낸다'는 행위를 먼저 정의한다.

언어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여

상대의 행동이나 인식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려는 행위

(pg 25)

꽤 넓은 정의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혼을 내는 입장에서는 화를 내거나 차근차근 말하는 등 차이가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혼이 나고 있다'라고 인식한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즉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이를 통해 방어적인 자세가 된다면 그 언행이 모두 '혼을 내는' 행위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저자는 이러한 행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혼을 내는 행위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의 교정 효과가 없기에 그만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즉각적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혼을 내지만, 혼이 남으로써 변화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게다가 혼을 내는 원인이 대부분 자신의 만족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상대의 잘못에 대해 처벌을 하는 행위 자체가 곧 심리적인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심리적으로 보상 회로가 자극되기 때문에 약물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을 내는 행위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SNS의 발달로 타인의 부적절한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난 원인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과도한 비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다 우리가 처벌이라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부적절한 사례의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혼낼 때, 그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이나 처벌 욕구의 충족과 같은

내적 보상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이 반복되면, 혼내는 행동 자체가 강화되어 무의식적으로

더 자주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만약 혼내기가 일종의 정서적 쾌감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혼내기를 멈추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pg 61)

물론 혼을 내는 입장에서는 그 행위가 상대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인내를 통해 상대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논리인데, 저자는 이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

강요된 인내는 결코 사람을 바람직한 결과로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혼내고 싶은 욕구가 들 때 그 욕구의 근원이 상대의 변화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고, 욕구의 근원이 단지 상대를 처벌하고 싶거나 자신의 화를 타인에게 전가시키고 싶을 뿐이라면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처벌의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본능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본능을 억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널리 퍼지는 목소리는 주로 발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즉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주목을 받고, 더 큰 발언권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반드시 던져야 합니다.

"혼나는 과정을 통해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어쩌면 말하지 못한 다수의 상처와 침묵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닐까?"

(pg 108)

"우리는 정말 사람을 바꾸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면 단지 혼내고 싶은 것인가요?"

이제는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야 할 때입니다.

(pg 159)

책의 후반부에는 혼내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혼을 내는 행위는 곧 상대의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이 전제된 것이므로 사후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대응하는 사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한다.

육아를 예로 들면, 아이가 혼이 날 수 있을법한 상황을 미리 예상해 보고 이를 아이에게 인지시킴으로써 혼을 내야 할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우리는 혼을 내는 행위의 효과를 믿고 있고, 또 그러한 행위에 일정 부분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혼을 내는 행위에 그다지 교정 효과가 없다면 화를 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딱히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고, 때문에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에도 공감이 되었다.

200페이지 정도로 얇고 서술도 친절해서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꽤 알찼던 것 같다.

혼을 낸다는 행위는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등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므로 스스로 누군가를 혼내는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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