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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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이 그 자체로 모순이지만 저자에 '법정'이라고 쓰여있으니 뭔가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 것만 같다.

법정 스님이 열반에 드신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 그의 가르침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가 남긴 가르침이 지금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소유의 세상, 미래의 더 많은 소유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쳤다.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침묵을 익힌다는 말이기도 하다.

침묵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내면의 바다이다.

말은, 진실한 말은 내면의 바다에서 자란다.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하고 남의 말만 열심히 흉내 내는 오늘의 우리는 무엇인가.

(pg 126)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생전에 집필했던 작품들에서 좋은 글귀들을 뽑아 화가 김인중의 그림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화가 소개를 보니 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 사제라고 한다.

즉 책 자체가 종교의 통합을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법정 스님 역시 종교의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를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여러 저서에서도 밝힌 바 있어 생전 그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나, 여기 저서에서 짧게 인용한 글들의 모음이라 딱히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편집 역시 한 페이지에 길어야 열두 줄을 넘지 않고, 중간중간 강렬한 색채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잔잔한 법정 스님의 글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인 재미를 더해준다.

장미꽃을 보면서, 왜 이토록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 하필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기분이 언짢고 불만이 생긴다.

그러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나무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저 대견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pg 167)

책의 후반부에는 법정 스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단어가 '무소유'인 만큼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집중되어 있다.

예전에 그의 책을 읽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의 철학이 최근에 유행했던 미니멀리즘 운동에도 영향을 꽤나 주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지라 그의 철학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오늘날 우리들은 어디를 가나 물질의 홍수에 떠밀리고 있다. - 중략 -

물건이 너무 흔하기 때문에 아낄 줄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좀 깁거나 때우거나 고치면 말짱할 물건도 아낌없이 내다 버린다.

물건만 버리는 게 아니라 아끼고 소중하게 아는 그 정신까지도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다.

(pg 169)

생전 법정 스님이 사후 자신의 책을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버젓이 박힌 책이 나오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한 측면이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가르침 자체가 잊히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유를 지양하라는 그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를 곁에 두고 삶의 지향점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저작을 좀 읽었던 사람이라면 굳이 다시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지만, 깔끔한 편집과 아름다운 그림이 합쳐져 읽기에 편한 책이므로 그의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에 두고 심란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곳이나 펴서 다시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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