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근래 읽은 작품 중 가장 힘들게 읽은 작품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작품이 어렵거나 현학적이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저자가 보여주는 가상의 세계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이 작품은 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돈 이야기를 참 싫어한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학 전공이지만 그 흔한 주식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내가 하는 금융생활이란 대출과 상환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런 나에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이 작품은 마치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세상이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너무도 차갑고도 현실적이라 글에 가슴이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의 중심인물은 8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난 '형구'다.
말 그대로 찢어질 듯이 가난했던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던 그는 다른 형제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돈을 모아 사업을 일으킨다.
일제강점기부터 공자왈 맹자왈 하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생활력이 없었던 첫째는 술독에 빠지고, 셋째가 착실하게 공부를 지원해 미국에서 박사까지 한 둘째는 부모형제를 뒤로한 채 오로지 돈과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형구의 할아버지 세대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형구의 자식들 세대까지 이어지며 피로 이어진 관계가 돈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