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보어의 설명을 대체하고자 했던 몇몇 학자들의 견해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미트 고스와미'는 우주가 잠재적 세계와 관측의 세계로 나누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잠재적 세계에는 모든 가능성들이 중첩된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것이 '의식적'인 행위로 관측되면 그 가능성 중 하나가 짠하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해석은 신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 더 믿기 어려우므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자가 더 좋아하는 견해이기도 하고, 요즘 많은 SF 작품에서 차용되고 있는 견해가 바로 다중우주 개념이다.
이 견해의 창시자는 '휴 에버릿 3세'로 생전에는 보어를 비롯한 주류 물리학자들에게 재고의 여지도 없는 가설로 무시당했었지만 그 매력적인 해석 덕분에 최근 들어 더 주목받는 모양이다.
물론 이 역시 검증의 불가능성 때문에 아주 '과학적'인 가설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해석들이 논리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이러한 견해들을 현재 우리 사회의 도덕, 법, 철학에 적용해 보는 부분이 훨씬 재미있었다.
물리학을 통해 우리가 진정 자유의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지, 이 우주가 결정론적인지 아닌지 등의 여부는 우리가 한 행위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현재 AI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곧 창조하게 될 인공적인 '의식'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가 아직 철학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데, 물리학에서 이 부분의 기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농담을 굉장히 많이 섞어 놓아서 읽기에 별 부담이 없었다.
특히 중요한 부분에서는 '켓'이라는 기호를 통해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있는데 이 그림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쏙쏙 된다.
번역도 과학자가 해서 중간중간 역자가 저자의 설명을 돕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책이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적합할지는 다소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양자 중첩과 파동함수의 붕괴 정도는 알고 있어야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안적인 가설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전공자에게 과학자가 쓴 책은 마치 경전과 같은 느낌으로 읽히기 때문에 저자가 제시하는 가설들이 모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이라는 주제로 쓴 책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양자역학에 도전했다가 비전공자의 서러움을 느껴본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힐링(?!)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