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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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e북으로 읽었으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 발췌문에 페이지는 생략함)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활약 덕분에 이제는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를 통해 양자역학이라는 단어 정도는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의 이미지에 편승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을 가진 물리학 책이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원제는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애플파이 만들기: 우주의 레시피를 찾아서'로 직역할 수 있는데, 칼 세이건이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했던 말로도 유명한 구절이다.

원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어렸을 때 애플파이의 구성 성분을 찾으려고 해봤던 기초적인 실험에서 시작해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그 기원에 이르는 방대한 물리학 지식을 다루고 있다.

중학생쯤 되면 모든 물질이 원자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원자가 곧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고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 실제 입자물리학에서는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까지도 이미 발견되었고, 각각의 역할과 만들어진 과정까지도 밝혀져 있다.

하지만 원자의 구성 성분부터는 양자역학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양서 수준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분명한데, 이 책은 국문 제목처럼 그나마 쉽고 다정하게 우주가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원자도 지극히 작으니 원자의 구성 입자는 더욱 작을 것이고, 당연히 발견하기도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원자에서 시작해 전자, 양성자, 중성자, 쿼크에 이어 힉스입자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찾아낸 우주의 원료들을 큰 순서이자 발견한 순서대로 쭉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원료마다 발견하게 된 과정과 방법을 언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서운(?!) 수식을 활용하기보다는 이 원료들이 우주의 구성 성분이라고 인정되기까지 다양한 해석으로 대립하던 물리학자들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해서 그리 복잡하지 않게 각 원료들이 밝혀지게 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도 그렇고, 책을 소개하면서도 이 성분들을 굳이 '입자'라고 쓰지 않고 있는데, 실제로 이런 성분들이 '입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원자는 '원 모양을 한 원자핵이 중앙에 있는 입자'의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 역시 입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것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입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사실, 입자 같은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의 진정한 구성요소는 입자장이 아닌 양자장이다.

보이지 않고, 맛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유체 같은 물질이 가장 작은 원자에서

가장 먼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물질의 진정한 구성요소는 화학원소도, 원자도, 전자도, 쿼크도 아닌 양자장이다.

쿼크까지는 다른 책에서도 주섬주섬 주워들은 것이 있어서 그나마 익숙하게 넘어갔는데, 힉스입자가 등장하는 시점부터는 역시나 난이도가 확 오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최선을 다해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찬찬히 여러 번 읽으면서 넘어갔는데 그래도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힉스입자에 관한 다른 책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나마 용어에는 조금 익숙해졌으니 그 책에 다시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힉스입자까지 밝혀낸 인류는 이제 빅뱅 직후 1조 분의 1초부터 물질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빅뱅 직후부터 1조 분의 1초 후까지도 간격은 간격이다.

이 순간을 설명하지 못하면 결국 비과학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게 될 여지가 있다.

빅뱅이 일어난 바로 그 시점, 즉 '시간=0'인 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의 영역이고, 모든 입자와 모든 힘을 통합하는 이론도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작은 단위로의 탐구를 이어가는 '환원주의'로는 결코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수록되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이 답을 찾는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우주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론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원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국문 제목이지만 그럼에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자물리학을 이렇게 다정하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상욱 교수의 저작에서 '온 우주는 떨림과 울림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라는 의미의 표현이 등장했었는데, 저자 역시 비슷한 표현으로 우주를 묘사한다.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보면 물질의 불연속성은 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입자는 사실 입자가 아니라,

우주의 모든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자장의 교란이었다. - 중략 -

게다가 세상에는 단 하나의 전자장과 하나의 업쿼크장,

그리고 하나의 다운쿼크장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당신과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들은 동일한 우주의 바다에서 일어난 잔물결이기에,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 하나인 셈이다.

이 협소한 인간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도 어려운데, 온 우주의 구성을 안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해 교양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이런 책을 만나는 것이 늘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에 담긴 내용도 방대해서 쉽게 손이 가지는 않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운(?) 책은 아니니 교양 과학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놀라운 발견(그리고 우리가 별의 내부와 빅뱅의 열기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매혹된 사람들)의 배경에는 시간과 문화, 분야, 꿈, 신체적 강약, 자존심 등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들의 탐구 정신이 있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력이 우리의 발길을 이끌어준 덕분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수수께끼에

전념했을 뿐이지만, 모든 사연이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어 우리에게 전수되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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